[오늘의 단어] 공존

문제 없는 삶은 없다

by 류하


잠을 못 이뤄 수면유도제가 포함된 처방약을 먹던 때가 있었다. 이 년이 채 안 된 이야기다. 지금은 단약 중이라, 소량의 단일 약제만을 먹는다. 몇 달 전, 의사가 단약을 권했을 때 나는 선뜻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다시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공포. 낙폭 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도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그때의 일이 반복된다면 다시는 보통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상상이 머리를 잠식했다.


'보통'이란 무엇인가.

정신과에 다니지 않고, 정신과 약을 먹지 않으며, 회사에서는 타직원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일. 겉보기에 문제없이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면 '보통'이 되는 건가. 모두가 조용히 지키고 있는 선, 선 밖에 머무르는 나. '남들은 다하는데 나만 무너졌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나는 왜 그 보통을 유지하지 못했나. 업무는 벅찼고, 적응은 어려웠으며, 공교롭게도 나와 남편 모두 부서를 옮기며 예민함이 극으로 치닫아 늘 터지기 일보직전의 긴장을 품고 있었다. 화룡점정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아들의 식사 거부. 장애물 몇 개가 아니라 목구멍까지 물이 차오른 한계 상황이었다.


그 모든 걸 짊어져야 하고, 오점 없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 사는 일에 어디 100%라는 게 있던가. 잘해야 한다는 압박은 자꾸만 잔실수를 만들었고, 완벽하고 싶다는 갈망은 스스로에게 자꾸 죄책감을 더했다. 여러 골칫거리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나를 갉아먹었던 건 '일말의 문제도 없어야 한다'는 자기 주문이었다.


더 이상 나는 나에게 불가능을 주문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일은 그만하기로 했다.


아르키메데스 같은 번뜩이는 깨달음은 아니었지만 서서히 내 마음을 용기로 채운 두 문장이 있다.

"문제는 늘 일어나게 마련이다."

"문제 없는 삶은 없다."


문제가 삶에서 필연적임을 인정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보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들여다보게 된다. 할 수 있는 일은 방법을 찾고, 내 손을 떠난 일은 신경을 끈다. 물론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그러나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경험이 쌓이면 조급함은 내려놓고, 이성을 가동할 수 있다. ‘어떻게든 된다'는 경험이 축적되니, 시간이 해결한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됐다.


인생이란 결국, 구멍 난 이불을 매번 기워 쓰는 일이다. 보기엔 완벽하지 않겠지만, 어쩌면 그 덧댐 덕분에 더 튼튼하고 따뜻해질 수도 있다. 문제를 받아들일 때, 삶은 조금씩 더 옹골져진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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