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단어] 흔들림

흔들리는 날을 견디는 법

by 류하


요즘 삶이 퍽 고요했던 모양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나 적극적으로 문제를 만들 이유가 없다. ‘저번주의 내가 미쳤었나 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능동 지수 충만했던 지난주의 나는 약속을 잡고, 읽어야 할 책 대신 병렬 독서의 권수를 신나게 늘려놨으며, 해야 할 일은 이번 주로 조용히 미뤄놨다. 피로는 해소되지 않고, 그 모든 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원래도 인생에 계획 따위는 없었지만 닥치는 대로, 되는대로 쳐내느라 정신없다. 체감 목요일쯤은 된 것 같은데 화요일 오후라니 믿을 수가 없다.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이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실수한 건 없나 괜히 자책하게 된다. 웃음소리조차 거슬리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쳐야 하는 매일. 속내를 터놓지 않았기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촉이 위험 신호를 보낸다. 예전 같았으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땅굴을 삼십 미터는 파내려 갔을 각이다. 지금은 나와 다른 사람이려니 하고 필요한 범위에서만 대화한다. 그러나 감정은 통제의 영역이 아닌지라 도통 숨겨지지가 않는다. 아니 요즘의 나는 '어쩌라고'로 무장한 채 '너는 그래라 나는 나대로 할게'를 시전하고 있다. 갈고닦은 뻔뻔함과 싸가지가 미천해서, 타인이 보기엔 그냥 툭툭거리는 불평대마왕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말로 하면 “쟤 왜 저래”의 '쟤'를 맡았달까.)


마음을 어지럽히는 바람을 가라앉히려면 '적어보라'는 조언에 빈 화면을 마주했다. 그러나 흔들리는 마음에 글 또한 풍랑 맞은 조각배처럼 갈피를 잡지 못한다. 신이 나를 만들 때 넣어준 한 줌의 총명함은 바람에 날아가고, 남은 건 돌풍이 몰고 온, 한 뭉치의 화. 한 마디로 정상적인 판단 불가능 상태. 그 마음이 숨김없이 글에 드러나 창피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적어보라'는 조언이 유용했던 건지도!


보통 때라면 그 모든 고통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삶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계속 꾸준히 하는 가치를 설파하면서 마무리하는 편이다. 그러나 어떻게 모든 날, 모범생 같은 말만 하고 살 수 있겠나.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바보같이도 굴고 멍청미도 뽐내면서 사는 거지. 흔들리는 날은 그냥 흔들리게 두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러다 제 자리를 알아서 찾기도 하니까.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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