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단어] 산만하다

완벽보다는 완결에 박수를 보내는 날

by 류하


이게 벌써 몇 번째 시작인지.

오늘 하루에만 몇 개의 단어를 썼다 지웠는지.

어떤 글은 저장글에, 어떤 글은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유난히 산만해지는 날이 있다. 어느 한 가지 일에 마음 붙이지 못하는 날. 그런 날엔 차라리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기는 편이 좋다. 시급하고 중요함의 사분면에 속하는 일. 그러면 종잡을 수 없는 생각은 고이 접어둔 채 오늘 하루 뭔가 했다고 그럭저럭 만족하며 잠들 수 있을 텐데.


아니, 이런 날은 뭘 하더라도 여전히 찝찝하다. 마음은 한 곳에 붙지 못할 뿐 아니라 제대로 떨어질 줄도 모른다. 이미 끝난 일에, ‘실수는 없었나, 다른 선택이 더 나았던 건 아닌가’ 등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큰일이다. 이 글을 시작할 때만 해도 방향이 명확해 보였는데. 막상 망망대해로 나오니 나침반은 실종이요, 흐린 하늘엔 길잡이별 하나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다.


눈을 감고 길의 초입으로 다시 걸어간다. 애초의 목적을 떠올린다. 산만함의 주범은 오만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생각 가지지만, 산만함을 집중으로 바꾸는 힘 또한 생각에 있다.




<오늘의 단어> 글은 수차례 시도에도 실패했건만, 일주일 이상을 미뤄뒀던 책 리뷰는 큰 어려움 없이 써냈다. 업무처리도 무리 없이 했다. 오늘의 산만함은 브런치 글쓰기에 한정됐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결국 마음의 문제였다. 잘, 제대로 쓰고 싶은 욕심이 그저 흘려보내도 될 문장까지 그러모아 덕지덕지 붙였다. 쳐내도 될 것을 손에 쥐고 있으니 어이쿠! 떨어트리고 다시 주섬주섬 줍고 몇 걸음 못 가, 또 떨어트리고의 반복이다.


사람이 어떻게 매번 최선을 다하고,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어놓나. 뻔뻔한 핑계를 앞세워 마무리해 본다. 엉성한 완결에 박수를 보내는 그런 날도 필요한 법이다. 느리지만 오래 가기 위해서는.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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