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단어] 요행

요행은 요행일 뿐이다

by 류하


'요행'이라고 하면 부정적 뉘앙스가 느껴지지만 실상은 다르다. 첫 번째 뜻은 '행복을 바람', 두 번째 뜻은 '뜻밖에 얻는 행운'으로, 사전적 의미 자체는 중도적이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요행을 바라는 사람을 가벼움, 불성실함과 동일선상에서 보게 된 걸까?


로또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일확천금의 행운, 벼락부자의 꿈을 꿨다. 로또에 당첨만 되면 회사를 그만두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사람들을 등 떠밀었다. 그러나 로또 1등에 당첨된 뒤 패가망신한 기사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사람들의 생각은 바뀌어갔다. 로또에 당첨되더라도 일상을 유지하리라는 마음은, 요행에 기대지 않은 채 기존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다짐일 테다.

뜻밖의 행운에 기뻐할 순 있지만, 그와 별개로 매일의 일상에 충실함으로써 잔잔한 행복을 유지하는 일.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일은 후자가 아닐까.




'요행'이라는 글감은 스레드(Threads) 앱에서 어느 스친(스레드 친구의 줄임말)이 올린 글을 보며 떠올렸다. 스친의 드럼 선생님이 던진 한 문장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것.

"그냥 될 때까지 하면 돼요. 하고 싶으면. 다른 방법이 없어요."

만고의 진리다.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고, 하고 싶으면 그냥 하고.

인생의 모든 일이 그렇다. 하기 싫은 거 억지로 붙잡고 시킨다고 되지 않으며, 하고 싶은 건 남이 안 시켜도 잠 줄여가며 해내고야 마는 게 사람이다. 요행은 기회를 주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데 필요한 건 요행보다는 묵묵함과 꾸준함이다. 감탄하며 문장을 곱씹다 보니 최근에 읽은 천쉐의 책『오직 쓰기 위하여』가 떠올랐다.


천쉐라는 이름을 문학계에 알린 건 일종의 요행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에게 재능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글쓰기가 좋았던 천쉐는 그저 썼고, 스물다섯에 첫 책을 출간한다. 그 또한 친구가 몰래 신인상에 응모했다가 떨어진 작품이 운 좋게 출간 기회를 얻었던 거였다. 그야말로 뜻하지 않은 행운. 그러나 천쉐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성공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쓰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며 또 썼다. 그렇게 천쉐는 경력 30여 년의 대만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요행이 인생을 좀 더 쉽게 만든다는 걸 부정하지 않는다. 나 또한 곧잘 요행을 바라지만, 기억해야 한다. 요행은 어쩌다 일어날 수 있는 일시적인 확률일 뿐이라는 사실을. 목적지에 도달하게 하는 힘은 결국 성실이다. 그러니,

뚜벅뚜벅 걸어가자, 묵묵히.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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