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단어] 꿈

죽는 순간까지 작가이기를 꿈꾸다

by 류하


작가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

(표준국어대사전)




'작가'의 사전적 의미는 '창작하는 사람'이다. 통상적으로는 직업 혹은 출간을 전제로 창작하는 사람을 뜻하지만, 사전적 의미로 따지자면 작품을 만들어내는 창작자는 모두 작가라 할 수 있는 셈이다. 작품의 퀄리티를 따지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바야흐로 독자보다 작가가 많은 시대다. 브런치스토리만 보더라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길 바라면서 글을 내어놓나. 겉으로야 쓰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하지만 내심 라이킷 알람에 마음이 들썩이던 순간을 브런치 작가들이라면 경험해 봤으리라.


이따금 현타가 오기도 한다. 글을 매개로 소통을 하지도 않고, 그럴듯한 수익이 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출간을 위해 투고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글감을 모으고, 쓰고, 고쳐서 온라인의 작은 내 세상에 꺼내놓을 뿐이다.


최근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읽다가 어렴풋이 그 실마리를 찾았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내가 그렇게 행동했다기보다 내 속에 있는 어떤 강한 충동이 그렇게 한 거지."1)

어쩌면 내 안에도 그런 열정이 있는가 보다.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계속 쓸 수밖에 없도록 나를 충동질하는 힘이. 그게 꽤 어릴 때부터 나를 읽고 쓰는 사람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쩌면, 일이 잘 풀린다면, 번듯한 단독 저서를 낼 수 있을지도. 운수 형통하면 어느 동네 서점에서 내 글을 읽어준 독자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게 될지도. 그런 상상은 늘 즐겁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이 상상에 그칠지라도, 여전히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계속 읽고 쓰기를 바란다. 『스토너』의 주인공 스토너가 그러했듯이,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공간과 사물들 속에서 조용히 안녕을 고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끝이 될 테니까.


그럼에도 나 혼자 쓰고 나 혼자 보는 글은 쓸쓸하다. 그러니 읽고 쓰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이는 이 공간, 브런치스토리의 건재가 든든하고 고맙다.

오래도록 조용히 나누고 머무는 곳으로 남아주기를.

이곳을 통해 좋은 글들이 세상으로 많이 나아갈 수 있기를.

나의 글 또한 더 단단하고 실해지기를.




1)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민음사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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