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단어] 우울

by 류하


우울

1. 근심스럽거나 답답하여 활기가 없음.

2. 반성과 공상이 따르는 가벼운 슬픔.



우울하다는 말을 그토록 자주 오래 써왔으면서, 사전적 정의를 찾아본 적은 없었나 보다. 두 줄의 문장이 꽤 생경하게 다가온 걸 보면.


걱정하는 마음, 답답한 심정, 무기력함, 자책, 자살사고 등의 망상, 가라앉은 기분. 하나씩 풀어쓰니 우울증의 증상이 총망라된 문장이다.


요즘 우울하냐고 묻는다면 크게 그렇진 않다. 잔잔하게 불행하냐고 묻는다면 그 또한 아니다. 굳이 상태를 구분하자면 자잘하게 짜증이 나는, 이따금 상담이 필요할 정도의 감정의 격동이 일기도 하지만, 크게 일상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정도다. 바로 그게 문제다. 몇 달 전부터 소량씩 약을 줄이고 있다. 상반기에는 상담의 내용도 꽤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미세한 무너짐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때론 와르르, 대부분 자갈 몇 개가 구르는 정도로. 결국 지난 내원 때 약의 용량을 다시 올렸다.


모든 일은 반듯한 직선을 따르지 않기에 예정된 반동일 수 있다. 그런데 상담 중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은 어떤 글을 쓰냐는 질문에 시의 형식으로 짧은 글을 쓴다고 대답했고, 어쩌다 보니 브런치스토리에 올리는 글을 보이게 됐다. 최근 글 두세 편을 보는 의사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이어진 말은 이러했다.

시라는 건 필연적으로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장르라고. 시 쓰기는 내 안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게 된다고. 시를 쓰는 일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글의 장르를 바꿔보는 게 어떠냐고.


속상했다. 나의 애씀이 부정당하는 것처럼 들려서. 사유가 깊어질수록, 고심해서 단어를 고르고 다듬을수록 감정의 골 또한 깊숙해짐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어둠, 죽음, 차분하게 가라앉은 회색빛 분위기에 쉽게 끌린다. 자연스럽게 그런 문장들이 나로부터 흘러나온다. 시는 내 안의 어둠을 끄집어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다. 모든 시인이 다 우울해지는 것도 아니고. 결국 속마음을 내뱉었다. 소설, 동화 같이 내 이야기가 아닌 글을 써보려 했지만 그건 애써도 잘 안 된다고. 내 마음이 보였나 보다. "그러면 써야죠." 타협의 조건은 몸을 움직이는 취미를 병행할 것. 숙제가 생겼다.


기질적으로 우울에 취약하고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우울에 잠식되지 않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의지로 우울을 밀어낼 수는 없지만, 몸의 활기를 끌어올려 균형을 맞추는 건 가능하다. 어제는 점심을 먹고 산책에 나섰다.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며 빠른 속도로 걷다 보니 마음의 무게가 몇 그램쯤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이렇게 삶의 균형을 맞춰가는 법을 또 하나 배워간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스스로를 다그치며 부지런을 떠는 모습, 멋지지 않나.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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