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채워갑니다
밋밋한 하루가 지나갑니다
밋밋한 하루라는 건 뭘까요.
무탈함
아니죠 그건 평온한 하루랍니다.
당신에게 말해줄 소소한 이야깃거리 하나 없음
이런 건 어떤가요.
그럴 리 없다고요?
무엇이라도 말해보라고요?
집 안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죠
세탁기에게 빨래를 부탁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두고 옷가지를 차곡차곡 개켜두었죠
스마트폰으로 SNS를 염탐했고요.
그래요 남들과 다름없이 평범한 하루를 보냈어요
그런데 부족함을 느낍니다.
세상은 너무도 번쩍이고
당당하게 내보일 것 하나 없는 나는
퍽이나 초라해 보입니다.
바라 마지않던 시간이 손안에 있는데.
주먹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손 안의 들꽃은 짓이겨져 꽃물을 흘리는데
내 눈은 꽃집 화병 속 꽃들만 향하고 있네요.
저 꽃들이야말로 얼마 못 가 시들어버릴 것을 알지 못한 채
다시 또,
밋밋한 하루가 지나갑니다
대단치 않은 하루를 조용히 채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