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들

by 류하


닿지 못한 말

해야 했던 말

끝내 하지 못한 말

떠나보낸 줄 알았던 글자들이

거기 있었다


구석 한편에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채.


너의 모양이 궁금하여 가만가만 손으로 쓸어본다

두텁게 너를 지키던 군사들이 시야를 멈춘다

한 발 전진하면 두 발 후퇴하는 날이 이어진다

그렇다 해도


온전한 너를 만나기까지 얼마가 되든 나는 기다리련다.


조각난 글자들이 벌판에 흐드러져있다

오늘 주운 파편의 귀퉁이가 어제의 그것과 맞아떨어지길 소망하며

본진으로 돌아가는 길

가벼운 두 손이 못내 아쉽다.




keyword
이전 27화가는 가을을 바라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