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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이 Jul 29. 2022

거짓 선지자의 12시



[저녁 12시 15분]


그는 강단 위에 올라갔다.

순백의 하얀 옷을 입은 그는

인자한 미소를 며 말했다.


"갈 겁니다

갈 겁니다

위로

저 위로

저 위로


그대로 바닥에

천천히

편안히

누워요


따스함을 느껴요

포근함을 느껴요


솜사탕 구름 위에 있다 생각하고

천천히

누워요"


그의 말을 듣고-공중을 향해 고개를 든 (누군가는 그를 힐끈힐끈 보며) 사람들의 얼굴에는 경외, 감동, 붉게 충혈된 눈빛이 서려져 갔다.


"모두들 오른손을  펼쳐요

공중을 향해

하늘을 향해

오른손을 펼쳐요"


사람들은 그의 말을 따라 오른손을 들었다.



[12시 32분]


"이제 축복의 비가 내립니다.

이제 은총의 비가 내립니다.

이제 사랑의 비가 내립니다.


빛의 은총이

빛의 물결이


우리를 환하게 비추며 감싸 줄 겁니다."


사람들은 환호. 환호. 또 환호했다.



[12시 45분]


눈물 흘리는 소녀, 소년들


같이 따라서

박수 착착착

손뼉 착착착착


그런데


축복의 비

은총의 비

생명의 비가 아닌


산성비가 내리고 있다.

검은비가 내리고 있다.



[12시 47분]


그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사랑비입니다.

이건 치료비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마음과 정성을 모아

영혼의 치료비를 내야 합니다."


몇몇이 일어나 검은함을 들고

주변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은 함에는 순식간에 돈 봉투가 쌓여가고 있었다.


난 무심코 보았다.

인자한 미소의 그

그의 오른팔에 슬며시 드러나는 뱀 문신을



[12시 52분]


내 안에 진정한 자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두려운 게 뭔지 알아?


차갑고

서늘하고

깜깜하고

공포스러운 암흑이 아니야


바로 

빛이라 굳게 믿었던 것이

사랑이라 굳게 믿었던 것이

진심이라 굳게 믿었던 것이


암흑이었을 때야"



[12시 57분]


그가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다들 그와 함께 오른손을 들었다.


그 은총 앞에

전율 부르르

감각 부르르르


한 두명-세 네명-다섯 여섯...

점차

점차

도미노처럼 쓰러져갔다.


부르르 떨며 쓰러져갔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경외, 감동, 붉게 충혈된 눈빛이 서려져갔다.



[12시 59분]


사람들이 울고 있다.

감탄, 경배 , 환희에  찬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도 겉으로 울고 있다.


하지만


그 오른팔에 뱀은 키득거리고 있다.




거짓 선지자들을 삼가라 양의 옷을 입고 

너희에게 나아오나 속에는 노략질하는 이리라


-마태복음 7장 15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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