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12시 15분]
그는 강단 위에 올라갔다.
순백의 하얀 옷을 입은 그는
인자한 미소를 띄며 말했다.
"갈 겁니다
갈 겁니다
위로
저 위로
저 위로
그대로 바닥에
천천히
편안히
누워요
따스함을 느껴요
포근함을 느껴요
솜사탕 구름 위에 있다 생각하고
천천히
누워요"
그의 말을 듣고-공중을 향해 고개를 든 (누군가는 그를 힐끈힐끈 보며) 사람들의 얼굴에는 경외, 감동, 붉게 충혈된 눈빛이 서려져 갔다.
"모두들 오른손을 펼쳐요
공중을 향해
하늘을 향해
오른손을 펼쳐요"
사람들은 그의 말을 따라 오른손을 들었다.
[12시 32분]
"이제 축복의 비가 내립니다.
이제 은총의 비가 내립니다.
이제 사랑의 비가 내립니다.
빛의 은총이
빛의 물결이
우리를 환하게 비추며 감싸 줄 겁니다."
사람들은 환호. 환호. 또 환호했다.
[12시 45분]
눈물 흘리는 소녀, 소년들
같이 따라서
박수 착착착
손뼉 착착착착
그런데
축복의 비
은총의 비
생명의 비가 아닌
산성비가 내리고 있다.
검은비가 내리고 있다.
[12시 47분]
그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사랑비입니다.
이건 치료비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마음과 정성을 모아
영혼의 치료비를 내야 합니다."
몇몇이 일어나 검은함을 들고
주변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은 함에는 순식간에 돈 봉투가 쌓여가고 있었다.
난 무심코 보았다.
인자한 미소의 그
그의 오른팔에 슬며시 드러나는 뱀 문신을
[12시 52분]
내 안에 진정한 자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두려운 게 뭔지 알아?
차갑고
서늘하고
깜깜하고
공포스러운 암흑이 아니야
바로
빛이라 굳게 믿었던 것이
사랑이라 굳게 믿었던 것이
진심이라 굳게 믿었던 것이
암흑이었을 때야"
[12시 57분]
그가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다들 그와 함께 오른손을 들었다.
그 은총 앞에
전율 부르르
감각 부르르르
한 두명-세 네명-다섯 여섯...
점차
점차
도미노처럼 쓰러져갔다.
부르르 떨며 쓰러져갔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경외, 감동, 붉게 충혈된 눈빛이 서려져갔다.
[12시 59분]
사람들이 울고 있다.
감탄, 경배 , 환희에 찬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도 겉으로 울고 있다.
하지만
그 오른팔에 뱀은 키득거리고 있다.
거짓 선지자들을 삼가라 양의 옷을 입고
너희에게 나아오나 속에는 노략질하는 이리라
-마태복음 7장 15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