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 죄 (심연)

삽화 : K.G

by EON



(1) 감옥


[그대의 죄는 무죄요]


[그래요?...

납득이 안 가는군요.

원망과 증오가 가득하고...

내 안에 소중한 무언가를 소멸시키고...

많은 이들을 수도 없이 내 속에서 몇 번이나 죽였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전 당연히 감옥에 갈 줄 알았는데...]


[그대는 이미 감옥 안에 있는데, 굳이 또 들어갈 필요가 있겠소?]




(2) 도둑



난 네 내면의 금고 비밀번호를 쉽게 알아낼 수가 있어

난 네 내면의 금고를 쉽게 열어 낼 수가 있어


왜냐고?


금고에 애정이 있는 인간일수록

금고를 꽉 쥐고 있는 인간일수록


그 집착 때문에


지문을 훨씬 선명하게 남기거든





(3) 흔적



흔적을 싫어하고

흔적을 부정하

흔적을 외면하려 하면서도


계속 같은 흔적을 남기게 하는 것이


죄의 본성이라네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