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2. 여자

사진 : UNSPLASH , 드리미아 AI

by EON


1. 빛


"전... 빛을 찾아 헤매고 있어요."


"빛도 자네를 찾고 있다네."




2. 꽃


소녀는 꽃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이내 손을 떼었다.

소녀의 여 선생은 인자한 미소로 소녀에게 물었다.


"꽃을 왜 그리 짧게 만지니?"


"그냥... 꽃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 같아서요."


선생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꽃이 너를 느끼기에 충분하지 않았단다."





3. 오피녀


그녀는 폰을 만지작 만지작

그는 그녀를 강하게 끌어당기지만

그녀는 별 요동치 않아


그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네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폰만 만지작 만지작


언제부터 이렇게 되 버린 거지

이렇지 않았었는데

이런 게 아니었는데


선을 넘지 않고

선 안에서

바로 살았는데


파란 선 안에 똑바르게 서서

당당하게 살았는데


경계선이 허물어졌어


이제 붉은 불 속을

건너가는 건

위험이 아닌 일상이야


아침 햇살 비치던 초원 위는 불 속의 잿더미가 되어

잿더미 위에 멍하니 머물고 있어


깜깜한 방 숨소리가 들리지 않아

이제 그는 보이지 않아


방에서 천천히 옷을 입어

서늘한 공기 속에

혈관에 차갑게 흐르는

무감각이라는 공포가 피부를 감싸오네


언제부터 이렇게 되 버린 거지

이렇지 않았었는데

이런 게 아니었는데


경계선이 허물어졌어


이제 붉은 불 속을

건너가는 건

위험이 아닌 일상이야


아침 햇살 비치던 초원 위는 불 속의 잿더미가 되어

잿더미 위에 멍하니 머물고 있어





그녀는 멍하니


폰만 만지작 거리고 있어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11화11. 형광등 (호러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