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UNSPLASH , 드리미아 AI
"전... 빛을 찾아 헤매고 있어요."
"빛도 자네를 찾고 있다네."
소녀는 꽃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이내 손을 떼었다.
소녀의 여 선생은 인자한 미소로 소녀에게 물었다.
"꽃을 왜 그리 짧게 만지니?"
"그냥... 꽃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 같아서요."
선생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꽃이 너를 느끼기에 충분하지 않았단다."
그녀는 폰을 만지작 만지작
그는 그녀를 강하게 끌어당기지만
그녀는 별 요동치 않아
그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네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폰만 만지작 만지작
언제부터 이렇게 되 버린 거지
이렇지 않았었는데
이런 게 아니었는데
선을 넘지 않고
선 안에서
바로 살았는데
파란 선 안에 똑바르게 서서
당당하게 살았는데
경계선이 허물어졌어
이제 붉은 불 속을
건너가는 건
위험이 아닌 일상이야
아침 햇살 비치던 초원 위는 불 속의 잿더미가 되어
잿더미 위에 멍하니 머물고 있어
깜깜한 방 숨소리가 들리지 않아
이제 그는 보이지 않아
방에서 천천히 옷을 입어
서늘한 공기 속에
혈관에 차갑게 흐르는
무감각이라는 공포가 피부를 감싸오네
언제부터 이렇게 되 버린 거지
이렇지 않았었는데
이런 게 아니었는데
경계선이 허물어졌어
이제 붉은 불 속을
건너가는 건
위험이 아닌 일상이야
아침 햇살 비치던 초원 위는 불 속의 잿더미가 되어
잿더미 위에 멍하니 머물고 있어
그녀는 멍하니
폰만 만지작 거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