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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형광등 (호러 에세이)

사진 : UNSPLSH

by EON


1. 라이터



라이터를 켰다

라이터를 껐다

라이터를 켰다

라이터를 껐다


어둠 속에서 살인마는 다시 라이터를 켰다.

그리고 다시 껐다.

창백한 시은의 얼굴이 보였다 말다 할 때

살인마는 시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불을 킬 거야...'

'불을....'


살인마는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자 시은은 낮은 미소로 이번엔 자신이 살인마의 귓가에 속삭였다.


"넌 불을 못 볼 거야."


살인마는 피식거리며 속삭이는 시은의 이마를 어루만졌다

피를 많이 흘려 몸이 식어가고 있었다

살인마는 시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불은, 내불은... 내 빛은 사라지지 않아'


“보지 못해.

불이 널 외면하니까.

빛이 널 외면...”


시은이 의식이 흐려져 갈 때

살인마는 다시 라이터를 켰다.

.

.

.

라이터를 켰다

형광등이 빛난다

라이터를 껐다

형광등이 꺼진다


라이터를 켰다

형광등이 빛난다

라이터를 껐다

형광등이 꺼진다


시은은 순간 눈을 떴다.

살인마는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시은은 누운 채로 형광등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형광등은 깜박깜박거렸다.


시은은 자신의 손목을 긋던 칼을 놓았다.


그녀의 눈에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2. 중독


지희는 방에 있는 물건이란 물건은 모조리 다 집어던지고 있었다.


무언가에 깊이 중독돼서 모든 걸 날려버린 자신의 인생에 대한 죄책감에

그녀는 몸부림치고 있었다.


지희는 서랍에 꽂혀있던 사진첩을 전신 거울에 집어던졌다.


" 꺼져!!!! 꺼져!!!!... 욱.... 욱....

싫어... 싫다고.... 흑.... 흑... 사라져... 사라지라고!!!"


그녀는 중독을 '상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 상어에게 물려서 자신의 인생이 망가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지희의 엄마는 엉망이 된 자신의 딸을 보고 입을 틀어막았다.


"내 딸 지희야...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너무 미안해. 우리 딸 너무 미안해...

나 때문이야.

엄마가 좀 더 널 신경 썼어야 했는데...

정말 미안해 내 딸."


지희 엄마는 가만히 지희를 꼭 안아주었다. 가녀린 그녀의 등이 떨려왔다.

지희는 엄마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흑흑... 흑흑... 으아아... 으아아아..."


"괜찮아. 괜찮아.

사랑해 내 딸...

누가 뭐래도 엄마는 우리 딸이 너무 자랑스러워.

다시 시작하면 돼.

괜찮아... 괜찮아..."


"흑흑... 엄마 미안해... 미안해...엄마... 사랑해

사랑해... 엄마"


형광등이 깜박깜박 거린다.


지희를 안아주던 엄마...


아니


상어는 토닥토닥 거리며

가만히 지희의 어깨를 이빨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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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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