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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혜 Aug 18. 2020

산책길

채 두 자리를 넘기기도 힘든 세상에서 얼마큼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까요

집 앞 산책길을 좋아합니다. 벤치에 앉아, 길게 흐르는 천을 사이에 두고 두 갈래로 나뉘는 산책길을 보고 있으면, 삶의 축소판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터벅터벅 혼자 걸어가는 사람도 보이고요, 두 손을 허리 뒤에 얹고 한 걸음 한 걸음 정직하게 걸어가는 어르신의 모습도 눈에 보입니다. 채 두 자리를 넘기기 힘든 삶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얼만큼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요. 산책길 속엔 외로움도 보이고요 사랑도 보입니다. 누군가는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고요, 멈춰서기도 하고요. 길을 돌아서기도 합니다. 지금 눈 앞에 보이는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날들이 쌓여가면서, 저도 비로소 제가 되어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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