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조니워커를 읽을 때, 남편은 무엇을 읽나?
요즘 브런치에서 가장 핫한 작가는 아마도 '조니워커'가 아닐까?
브런치 시작한 지 3년 정도 지났는데, 그동안 연예인이나 연반인이 브런치에 등장해
구독자가 천 단위로 올라가는 건 봤지만, 일반인이 이렇게 갑자기 큰 인기를 누리는 건 처음 봤다.
브런치 앱을 열면 '요즘 뜨는 브런치 북 리스트'에는
늘 조니워커 작가의 [손을 꼭 잡고 이혼하는 중입니다]가 상위권에 올라있다.
나 역시 조니워커 작가의 구독자이고, 그녀의 브런치 북을 읽었다.
솔직히 잘 먹고 잘 살아요~ 하는 글보다 흥미로운 건 사실이다.
게다가 쿨하고 담백하게 써내려 간 그녀의 글은 나에게 자극이 됐다.
나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너무 꽥꽥 거린다.
읽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이 브런치 북이 이혼에 대해 판타지를 심어주면 어쩌지?
하지만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이런 게 시작이지. 음지에 있던 이혼을 양지로 건져 올렸잖아!
어쩌면...
"저, 결혼했어요!"
"와 축하해요!"
"저, 이혼했어요..."
"오~ 힙한데요?"
"아빠! 혹시 '이혼하고 코인대박' 읽었어?"
개강하고 첫 수업을 듣고 온 큰 애가 저녁 식탁에서 아빠에게 묻는다.
남편은 뭐든 물어보면 안다고 대답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웬일로 모른단다.
큰 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빠 그런 거 읽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혼하고 코인대박이라니. 제목만 듣고 난 이미 빵 터졌다.
"아내들이 조니워커 읽을 때, 남편들은 '이혼하고 코인대박' 읽는구나!"
오늘 학교에서 웹소설 관련 강의를 듣고 온 아이가 식탁에서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난 웹소설 판타지 쪽으로는 문외한이지만 남편은 이쪽으로 덕후라 아이와 대화가 통한다.
웹소설에 대해 1도 관심이 없던 나다. 하지만 열심히 들어보았다.
왜 그들이 '이혼하고 코인대박'을 읽는지 너무너무 궁금하니까!
남편은 30대 개발자들도 웹소설을 많이 본다며
자기가 웹소설 판타지 읽는 걸 무시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면서 웹소설 찬양론을 펼치는데, 웹소설은 날 가르치치 않고,
내가 원하는 걸 다 이뤄주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다는 거다.
큰애가 맞다며 웹소설은 독자가 원하는 걸 '써드리는 글'이라고 한다.
그래서 웹소설의 동향을 파악하면 대중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다고 한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결말을 보고 남편이 분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남편은 도준이 순양의 회장이 돼야 말이 된다고 했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내가 대기업 회장이 돼보고 싶다! 하는 꿈을 이뤄주는 게 중요한 건데,
갑자기 가르치려 든다며 아주 불편한 기색이었다.
그래도 드라마를 공부했던 나는 그게 말이 되냐며 언쟁을 벌였다.
이제 생각하니 내가 웹소설에 대해 너무 몰랐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40~50대 중년 남자들, 누군가의 남편이라 불리는 그들의 판타지는
'이혼하고 코인대박'이란 건가?
도대체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 남편에게 읽어보라고 했다.
큰애는 결사반대다. 딸에게 아빠가 이거 읽고 갑자기 이혼하고
비트코인 사고 그럴 사람은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무료 제공되는 것까지 읽은 남편이 나에게 말해준다.
이 웹소설은 아내와의 이혼보다는 비트코인으로 대박 나는 게 더 핵심인데
천만 원어치 산 코인이 2천억이 되고
주변의 젊고 예쁜 여자들이 다 주인공 남자를 좋아한단다!
오래간만에 크게 웃었다.
아내와 남편의 이혼 판타지가 이렇게 다르다.
아내가 과거에 집중할 때 남편은 미래를 궁리한다.
부부싸움 중 내가 과거의 응어리에 대해 다시 언급할 때
그가 힘들어했던 이유를 알겠다.
남편이 나를 속 터지게 할 때, 떠올리며 참고해야겠다.
그 순간, 이 생각이 떠오를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조니워커의 이혼을 판타지라고 생각했던 걸 반성했다.
진짜 판타지는 이혼 후 코인대박이지,
그나마 매너라도 있는 남편과 쿨하게 이혼하는 건 당연한 일이어야 한다.
* 대문사진은 구글에서 검색한 이혼 관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