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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원 Nov 17. 2020

[어바웃 드라마] 시작합니다.

1. 뒷씸과 정공법 _ 오래전, 교육원 수업을 듣던 중 쓴 글.  

* 지금은 대학생이 된 큰 아이 초등학교 3학년 즈음 금산빌딩에 있는 작가 교육원 수업을 들었습니다. 

수업을 듣는 중 보조작가로 발탁(채림이 주연을 했던 오 마이 레이디)도 되고, 신나게 꿈을 향해 달렸던 

시절... 하지만 곧 둘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다 무산되었습니다. 실력도 모자랐고요! 

암튼 이후 십 년이 흘러 그 시절 설레는 마음으로 쓴 나의 글을 올리며 [어바웃 드라마]라는 

나만의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쓰는 게 재밌어요~~ 누구에게라도 작은 보탬되는 글 되길"  

 



전문반 수업 세 번째 날...  오늘 나는 두 가지 단어에 꽂혔다.


뒷심 (뒷씸)

정공법    


먼저 뒷씸! 

선생님(당시 KBS 드라마 CP, 정성효)께서 말씀하시기를 

어떤 주인공이 이러이러한 사건과 사고에 주체가 되기도 하고 휘말리기도 하는... 

그런 상황까지는 우리들도 잘 쓰는데, 그 일을 가지고, 결론에서 뭔가 집요하게

파고든 그 무엇이 없다는 것이다. 70%는 다 잘 쓰는데 뒤에 30%에 플러스알파가 없다는 것이다. 

그냥... 대충 쉽게 타협해서, 내린 결론은 대본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  


맞다. 오늘 합평한 대본들도 그랬다. 


시작도 멋지고, 앞부분에 뭔가 호기심을 잔뜩 유발해서

막 달려가 보면... 생각보다 쉬운 결말에 실망감을 갖게 되는 그런 작품들이었다. 

남의 얘기할 게 뭐 있나.. 나도 그런 실수는 계속하고 있으니. 

그런 작가의 탁월함이나 개성이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하고 논리나 이성적인 판단이 아닌... 그 어떤.... 딱히 뭐라고

설명하긴 어려운, 그런 감정에서 시작된 결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 너무너무 어렵다. 

그나마 독서가 가장 쉬워 보이는데 그것마저도 쉽지 않은 나의 인생... 휴  


다음 정공법!

우리 지망생들의 대본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변죽만 울리면서, 

핵심 주제에 다가가지 못한다는 것이란다. 

아내가 바람을 피우면, 아내와 정부 그리고 당사자까지 삼자대면부터 시킬 수 있는 그런 용기와 

당돌함이 없기 때문에 흐지부지... 설명적인 대사로 점철된 재미없는 대본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아.. 맞다. 잘 알아듣고 공감은 잘한다! 쓰지는 못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지만, '천사의 유혹' 참으로 정공법으로 쓰인 대본 같다.

(*지금도 팬트하우스라는 대막 막장 드라마로 주목받는 김순옥 작가님의 작품이다. 

 이 또한 내 취향은 아니지만.) 

거침없이 마주치고 거침없이 부딪히고 싸우고

집어삼킬 듯 으르렁대는 대본.. 정말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상상도 안 간다.   

착해야 한다는 이상한 내 강박 때문인가.  


뒷씸과 정공뻡의 핵심은 구성, 바로 플롯이다!  


선생님께선 소설은 그냥 쓰면서... 줄줄 서사적인 설명을 통해서도 새로운 결론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극은 좀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 시작할 때 작가가 갈 길에 대한 설계도를 가지고 시작하지 않으면

결국 그 글은 갈팡질팡 하다가 새로운 결론도 만들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면서 아주 평범한 결론을 내는

재미도 매력도 없는 대본이 만들어진 다고 하셨다.  

뭔가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결론 부분에 반전이나, 아니면 새로운 사실 아니면 전환 국면 등.. 뭔가 새로운 걸 내 손에 쥐고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게 참으로 어렵다.

생각의 삽질.. 그 깊이가 아직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앞으로 무슨 이야길 쓸 건가에 대한 고민이 너무 힘들어서 며칠.. 괴로워하다가 

지난 주말 최고의 시청률을 구가하는 kbs 일일극 다 함께 차차차를 집필하고 있는 

나의 롤~~ 모델인 유윤경 작가님을 만났는데,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자꾸 다른 이야길 쓰지 말고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결론을 내기 위해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심지어 같은 이야기를 다시 쓰겠다는 각오로 끝까지 수정하라고 하신다.  

다시 쓰겠다는 마음으로 수정을 하라?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이란 말인가!!   @.@ 

하지만, 수업과 언니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집요하기 파고들어서 나만의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뒷씸이 있는 대본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변죽만 울리는 평범함을 버리고

정공법적으로 주제와 정면승부를 펼쳐라!  


그래.. 그거였어.  


물론 안다고 그걸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수행의 길에 뭔가 핵심 키워드가 생겼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하면서, 이번 한 주, 다시 매진해야겠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날은 드라마 작가를 향한 나의 열정은 충만 그 자체다.

하지만, 일상에 묻혀 살다 보면 곧 사라지는 나의 이 부질없는 열정.. ㅠ.ㅠ 

이번 전문반 선생님은 뭐랄까? 상당히 문학적이시다. 그 점이 좋다.

 

지난번 전문반 이전 수업에 비해, 좀 더 단막 드라마라는 장르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내 작품 발표가 이제 20일도 채 안 남았는데 정말 큰일이다... 이제 머리가 아닌 엉덩이로 의자에 앉아

나의 대본을 써야겠다... 써야겠다가 아니라 내일부터 정말... 오늘 머릿속에 떠오른 

이 주제... 내가 얼마나 파고들 수 있을지 한번 진검승부를 펼쳐봐야겠다.. 아.. 할 수 있을까?  



* 그 당시 나의 작품은 난자가 한 갠가? 두 개밖에 남지 않은 책 만드는 일을 하는 여 주인공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남자 친구가 남편과 사별한 이후 효부상까지 받은 

   국내 거주 필리핀 여성과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그 결혼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인정하게 된다는... 뻔한 이야기를 써서 개박살이 났다.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이었던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의 감성과 다문화 결혼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을

   담고 싶었던 내 의도는... 대본에는 별로 반영되지 못했던 모양이다. 

   대본 박살날 때 정말 속상했는데, 지금은 그 시절도 그립다.    


작가 교육원 선생님이셨던 구선경 작가님의 작품, 나는 보조작가로 힘을 보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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