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20년다닌아줌마, 수학 공부의 중요성 새삼 깨닫고 놀란 사연
"언니, 나는 글쓰기도 잘하고 책도 엄청 두꺼운 걸 읽잖아..."
"그렇지 그렇지 내 동생, 엄청 멋지지!"
"흠! 흠! 나도 언니처럼 국문과를 갈 거거든."
" 어...? "
"근데 수학 공부는 왜 해야 돼?
나 엄청 하기 싫은데 엄마가 자꾸 문제집 풀라고 해서 짜증 나."
나의 두 딸의 나이 차이는 무려 열한 살이다.
대학교 3학년과 초등학교 4학년!
주변 지인들이 나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넌 왜 20년째 왜 똑같은 아이를 키우니?"
두 아이가 너무 비슷해서
십 년 전에도 저렇게 생긴 아이를 키우고 있었던 거 같은데
십 년 후에도 똑같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큰 애 돌사진 액자를 작은 애 방에 놨더니, 그게 그냥 둘째 아이 돌사진처럼 보인다. 하하하!
그렇다고 성향까지 다 똑같은 건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학 싫어, 아니 질색하기는... 똑.같.다.
큰 애 키우면서 제일 힘들었던 게 수학 공부시키기였는데,
아주 징글징글했는데, 둘째도 조짐이 심상치 않다!
그렇다고 선행 그런 걸 시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수학 시간에 발표 같은 걸 할 때 창피당할까 봐,
문제집 몇 장 푸는 건데 그 마저도 안 하겠다고 하니, 어쩌란 말인가!
요즘은 줌 수업을 하기 때문에 내 아이가 틀리는 걸...
엄마인 내가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하하하!
하여간 수학 문제집만 풀자고 하면 오만상을 찡그리며 모든 의욕이 상실된 듯
동작은 느려진다. 그 모습을 보는 게 어찌나 불편한지.
그런데!
며칠 전부터 뭔가 분위기가 달라진 거다.
분명 엄마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문제집을 가져다가 풀고 답을 맞힌다. 어? 뭐지?
아주 작은 조짐이지만 뭔가 의욕이라는 게 생긴 거 같은 느낌?
어제 '대화의 희열'에 나온 오은영 박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깨달은 게 많아
(*저도 덮어놓고 맨날 이상하다고 까는 건 아니에요!)
아침에 큰 아이를 깨우며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그러다 결국 오은영 박사님 정말 멋지다! 하면서
우리 우연이가 요즘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우연이도 오은영 박사님처럼 의사, 정신과 의사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미숙아로 태어났다는 공통점도 있고...!
나도 모르게 말도 안 되는 큰 꿈을 펼친 것이다.
"엄마 제발... 눈 그렇게 뜨지 말고... "
그러면서 하는 말이
며칠 전, 자기가 우연이 잠들기 전 나눈 대화가 있다며 들려준다.
그러니까, 자신은 국문과를 갈 건데, 왜 수학 공부를 해야 하냐며
세상의 모든 진리를 다 아는 듯 던진 동생의 거만한 질문에 대한
언니의 답.
"국문과 좋지... 문과는 진짜 수학 별로 안 해도 돼.
그런데 고등학교 문과반 가면 반에 31명 중 남자가 6명이야.
그리고 대학... 국문과는 ... 별로 없다 남학생...
언니 친구들 중에도... 문과 언니들은 다 남자 친구 없어...
이과 언니들... 다 연애한다... ㅜㅜ
굳이 지금부터 너의 한계를 정하지 말자...
너도 수학 잘하면 공대 아름이...(훌쩍) 될 수 있어... "
언니가 털어놓은 담담한 고백에
뭘 알고 뭘 모르는지도 모르겠는, 저 초딩 4학년 소녀의 마음이 움직였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작년에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건
큰 아이의 대학입시를 마치며 느낀 이런저런 감정과 경험을
남겨두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인 기록 차원이라고 해도 좋고
입시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갖고 있는 학부모에게 작은 정보라도 될 수 있으면 더 좋고!
딱히 도움이 되고 있는 거 같진 않다. (자조적인 웃음 "하하하")
[브런치북] 아무튼, 대학입시(brunch.co.kr)
암튼 그 브런치 북 마지막 글의 제목은 '문송하다니?!',
문과라도 취업 때문에 너무 고민하지 말자!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 그렇게 괜찮을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려요~!
아,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이 글은 진지한 글이 절대 절대 아닙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