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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짱 Apr 04. 2022

003 돈 걱정은 이제 그만

회사를 그만두니 아무래도 온통 돈 걱정이다.

사람은 자기 한 몸 건사하기 위해 왜 이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 걸까?안 그러려고 해도 혼자 있다보니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을 많이 하다보면 결국 돈 생각으로 끝이 난다. 

 

퇴사를 할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프리를 결심한 뒤로는 일단 최선과 최악의 상황을 세웠다.

최선의 상황은 뭐 월급 정도 매달 벌면서 내 일을 하는 것, 최악의 상황은 6개월 정도는 수입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 그 중간에 낀 상황이라면 걱정을 하지 말자고 다짐은 했는데 그게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는다.

어찌 되었든 나가는 돈이 있고, 들어오는 돈은 없기 때문에 계속 줄어드는 잔고를 바라봐야만 하니까.

 

개업하고 첫 주에는 혼자 고민을 많이 했다. 월 수익이 얼마가 되어야 내가 안정적으로 프리랜서 일을 하고 있다, 말할 수 있을까? 진짜 적나라하게 계산해보자면, 고정비를 100만 원이라 치고 내가 아껴 써도 생활비 100만 원은 나갈테니 그럼 200만 원으로 한달 생활이 가능하다고 치고 매달 200만 원만 벌면 나는 어찌저찌 살아가긴 할텐데 그럼 여유 자금이나 모으는 돈은 0이 되니까 그걸 생각하면 250~300은 벌어야 할 것 같고 그정도를 벌려면 분기에 적어도 800~1000만 원은 벌어야 하고 그걸 연봉으로 환산하면 3200~4000 정도라고 치면 회사 다니는 게 더 나은 거 아닌가? 회사 다니는 것보다 더 나아지려면 월 300 이상 이상적으로는 400 정도 매출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근데 그게 가능할까?

이런 생각을 계속 하게 되는 거다. 쓸데없이.

 

사실 '회사 다니는 것보다 낫다' 에는 아주 많은 요소가 들어갈 수 있다.혼자 일하고, 내 시간을 내가 관리하고, 압박받지 않고, 받은 만큼 일하고, 일한 만큼 받고 내 공간을 꾸리고, 일 하다가 책 읽다가, 딴 짓도 하고 그러면서도 초조하지 않고. 이런 것들이 돈 100만 원 더 버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에 프리로 일을 하면서도, 줄어드는 잔고는 자꾸 나를 쪼잔뱅이로 만든다. 커피 한 잔 사먹을 것도 세네 번을 고민하고, 사무실에 필요한 것들이 생각 나도 이게 진짜 필요한가 자기 검열을 수없이 하게 되고 말이다. 그리고 그만큼 필요한 것들이 많이 눈에 보인다. 

 

일단 처음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서 수익이 없어도 어느정도는 생활할 수 있게 세팅을 해두었었다.책 작업이라는 게 계약부터 작업 마무리까지 1달~3달까지 걸리는 작업이고, 거기에 정산은 플러스로 한두 달이 더 걸린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아주 많은 출판사들이 작업비를 '출간 후 익월'에 지급한다. 이건 무슨 소리냐면 작업을 다 마쳐도 출간이 미뤄지면 작업비 지급도 미뤄진다는 소리. 그러니 자잘하게 바로바로 정산받을 수 있는 일들도 많이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개업 초반부터 카드뉴스를 맡겨주시는 대표님이 거의 1주일에 한 개 꼴로 작업을 주셔서 커피값은 벌고 있다.

 

또 하나 다른 방향의 돈 걱정.

그건 바로 내 임금을 얼마로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업계 단가라는 것이 너무 알음알음에 오래 변동이 없던 금액이고, 많은 프리랜서들이 자신의 작업비를 공개하기 꺼리는 것 같다. 평균 금액이라는 것이 없달까? 모두가 생각하는 작업비의 기준이 다 다르다보니 무엇을 기준으로 책정을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원고지 기준? 작업에 드는 시간 기준? 예를 들어 카드뉴스 텍스트를 쓴다고 치면 원고지로 200매도 되지 않는 짧은 텍스트지만 그걸 쓰기 위해 나는 책을 다 읽고 파악하고 후킹 포인트를 찾아야 하는데 그 시간의 임금은 어떻게 책정해야 하지? 요런 거 

 

리고 일을 문의하시는 분들도 예산을 공개하지 않고 작업비를 책정해달라고 하시는 경우가 많다. '정해진 예산을 알려주시면 작업 가능한지 살펴보겠다'라고 말하면 '평균 작업비를 알려주시면 진행 가능할지 보겠다'라고 답이 오기 마련. 그러니 내가 하는 일의 금액을 자신은 명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내가 100만 원을 불렀는데, 상대가 생각한 금액은 80만 원이었다고 치면, 상대는 '저희 예산보다 좀 비싼데 혹시 80에 안될까요?' 하지 않고 연락이 두절된다. 이런 경우가 많다고 프리랜서 지인들에게 듣기는 했는데, 나도 두세 번 당하고 나니까 '아, 다 그렇구나' 싶다. 그러니 단가를 이야기 할 때는 '협의 가능합니다!!' 강조해서 보내기는 하는데, 그래도 어디까지 협의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너무 비싸게 부르면 일을 받을 수 없고, 너무 싸게 부르면 업계에 폐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생활이 어려워진다. 이런 부분도 굉장히 큰 고민이었다. 나는 얼마짜리 사람인가.

 

그리고 돈 걱정은 돈을 많이 벌어도 아마 끊기지 않을 것 같다.

오늘도 돈돈 거리다 하루가 끝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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