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기념사는 어때야 하나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2차 대전 패망으로 대한민국은 광복을 맞이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직접 국내 진공작전에 투입되지 못해 광복 이후의 정세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고, 이승만, 김구, 박헌영 등 국내외 민족운동 지도자들이 속속들이 국내로 들어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위해, 본인이 생각하는 청사진에 가까운 대한민국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는 모두가 아는 대로 이승만 정권의 수립, 6.25 이후의 민주 발전사로 이어진다.
최근 광복회장의 광복절 기념사가 본인 이외의 모든 사람이 예상하는 것보다 격한 단어와 어조로 되어 있었기에,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오르내리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에 문제 혹은 이슈가 되었던 일부분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보자 한다. 물론 기념사에 담긴 문구의 중요성이나 사회적 가치들을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필자의 경험과 지식수준이 너무나도 부족하기에 조악한 글이 될 것 같다...
[김원웅 광복회장 기념사 중]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방 이후, 우리 국민은 수많은 시련과 고난을 뚫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제주 4·3 항쟁, 4·19 혁명, 부마항쟁, 광주 5·18 항쟁, 6월 항쟁, 촛불 혁명은 친일 반민족 권력에 맞선, 국민의 저항이었습니다. 이들 항쟁은 일제 강점에 맞섰던 독립운동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헌법에 빠져있는 광주 5.18의 정신까지 포함한 부분에서 의미가 있으나,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한 민주운동의 의미와 친일 반민족 권력에 대한 저항운동의 의미가 조금은 다르고, 반민주 권력 모두를 친일 반민족 권력이라고 정의한 점에서 무리가 있을 수는 있지만 헌법 전문이나,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아닌 광복회장의 광복절 기념사라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일제 패망 후, 미군정을 거쳐 한국 정부가 수립되었습니다. 참, 가슴 아픈 일이 전개되었습니다.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시키고 친일파와 결탁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족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고,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역사를 가르치는 서적에서도 그대로 쓰는 내용에 가깝지만, 부끄러운 역사를 청산하지 못한 나라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지 않다는 점에서 과장의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국가든 화폐 속의 인물은 국가 정통성의 상징입니다. 미국의 조지 워싱턴, 프랑스의 드골, 인도의 간디, 베트남의 호찌민. 이들은 그 나라의 화폐 속에 있는 독립운동가들입니다. 전 세계에서 화폐 속의 인물에, 독립운동가가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 한 나라뿐입니다.
드골은 민족주의 자였을지는 몰라도 2차 대전에서 자유 프랑스의 편에서 싸운 흑인들을 탄압한 정권의 통치자였고, 호찌민 역시 자의였던 타의였던 전쟁을 통해서 정권을 획득한 존재에 가까웠다. 오히려 이들은 독립의 상징보다, 국가주의의 상징에 가까운 인물들이다. 물론 광복의 의미가 민족, 국가적 성격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광복절 기념사에 등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는 있겠으나, 대한민국은 독립운동가 들의 정신을 기려 해군 잠수함 함정을 명명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정통성과 상징성을 기리고 있기에 화폐에 독립운동가가 들어가 있지 않다는 점을 비판하는 것은 조금은 비논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광복회는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의 친일·친나치 관련 자료를 독일 정부로부터 받았습니다. 그중에는 안익태가 베를린에서 만주국 건국 10주년 축하 연주회를 지휘하는 영상이 있습니다.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뿐입니다.
안익태의 친일 행적은 사실이고, 애국가 자체를 친일과 국가주의의 상징으로 이용하려 한 과거 군 정권들의 잘못도 크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서 심심찮게 애국가를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하고 이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찬성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애국가를 바꾸자는 것이 무조건 바람직한 것은 아니고, 정치적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재의 모습이 문제점이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저는 노무현 정부 당시, 국회에서 외교정책, 통일정책을 총괄하는 통일외교통상위원장으로서 전 세계 주요 국가의 정치인을 만났습니다. 일본의 정치인을 만나 '독일처럼 진심으로 과거청산을 하라' '전범 위패가 합사 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말라'라고 요구했습니다. 일본 정치인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국립현충원에는,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 된 전범, 그 전범의 졸개들이 묻혀 있더라. 당신들은 왜 그곳을 참배하느냐?' '우리더러 과거 청산하라고? 당신들이나 제대로 하라.'
서울현충원에서 가장 명당이라는 곳에,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자가 묻혀 있습니다. 해방 후, 군 장성과 국방부 장관을 지낸 자입니다. '조선 청년의 꿈은 천황폐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야스쿠니 신사에 묻혀 신이 되는 것이다'. 그가 한 말입니다. 이런 친일 반민족 인사 69명이, 지금,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어 있습니다.
최근 국립현충원이 안장된 묘가 너무 많아 확장 혹은 이전계획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국립현충원을 이전 혹은 확장하면서 독립운동가들만을 위한 공간을 분리시키는 것도 의미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민족 행위자들을 파묘 하자는 의견도 일리가 있지만 냉정하게 결정을 하는 것도 기간이 상당히 지난 일이고 고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안타까운 현실이고, 이러한 문제가 후대에 발생할 것이 분명했기에 반민특위가 당시 조기에 해체된 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광복회장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전범국이 피해국에게 과거청산을 제대로 해라'라는 내용의 대화를 인용한 점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피해국이 과거청산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서 전범국의 전범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결코 아니고, 더욱이 그 청산을 요구할 수는 더더욱 없어야 한다. 현실에 화가 나고, 분노할 수 있고, 부끄러울 수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의 원인인 전범국의 정치인 앞에서 그런 소리를 듣고 분노하지 않음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국민 여러분! IMF는 2023년이 되면,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일본을 추월할 것이란 초조감이 지난해 경제보복으로 나타났습니다.
촛불 혁명으로 깨어난 국민들의 자신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확고한 신념, 그리고 정부의 당당한 대처로 우리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거뜬히 이겨내고 있습니다.
국제금융시장을 주도하는 골드만삭스는 남북이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1 민족 2 체제로, 서로 협력하면, 수년 내에 프랑스와 독일을 따라잡고, 이어서 일본도 따라잡아 세계 최선진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찬란한, 우리 민족의 미래에, 발목을 잡는 것은 '친일에 뿌리를 두고, 분단에 기생하여 존재하는 세력'입니다.
일선 기업들에 대한 칭찬이 빠져 있고 광복회의 정체성을 생각했을 때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업들의 노고를 칭찬하지 않은 이유가 일부 기업들이 '친일에 뿌리를 두고'의 역사를 지녔기 때문이겠지만 일본의 경제보복 극복과 1인당 GDP의 성장은 일선 기업과 노동자들, 국민들의 노력이 박자가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친일에 뿌리를 두고, 분단에 기생하여 존재하는 세력'이 문제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친일 미청산은, 한국사회의 기저질환입니다. 친일을 비호하면서 자신을 보수라고 말하는 것은 매국노 이완용을 보수라고 우기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한국사회의 갈등구조는 보수와 진보가 아니고, 민족과 반민족입니다. 남북 간의 분단극복 노력을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나라는 일본입니다. 또한 친일 반민족세력의 행태가 일본 극우의 입장과 놀라울 정도로 일치합니다.
사실 북한에 대한 인식, 민족에 대한 인식의 차이 때문에 이 부분은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광복회장의 입장에서 이분법을 적용하면 민족과 반민족의 이분법이 맞는 것일지도 몰라도, 필자는 적어도 북한에 대한 입장은 현실과 이상의 문제이지 진보와 보수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적 분배와 정부의 공공적 기능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도 북한의 정치적인 위험성 때문에 급진적인 통일 혹은 친북한 성향의 정책을 경계하는 사람들도 있고, 경제적 자유를 중시하는, 색깔론에서 벗어난 보수도, 미래 발전 가능성을 보고 통일을 찬성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광복회장의 기념사에는 아직도 진보와 보수를 색깔론으로 나누어 보는 구시대적인 시각이 드러나는 것 같아 안타까우면서도 이것이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이고, 일부분은 세대차이의 영향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답답하다.
친일 반민족세력이 민족 자주적 역량의 결집을 방해하며 우리 젊은이들 앞에 펼쳐진 광활한 미래로의 길목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반성 없는 민족반역자를 끌어안는 것은 국민화합이 아닙니다. 정의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친일청산은 여당 야당의 정파적 문제도 아니고, 보수·진보의 이념의 문제도 아닙니다. 친일청산은 국민의 명령입니다.
광복회는 지난 3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 후보 1,109명 전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국립묘지에서 친일 반민족 인사의 묘를 이장할 것인지, 만약 이장을 안 할 경우, 묘지에 친일 행적비를 세우는 '국립묘지 법 개정'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지역구 당선자 총 253명 중, 3분의 2가 넘는 190명이 찬성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과반수, 미래 통합당도 과반수가 찬성했습니다. 금년 가을 정기국회에서 국립묘지 법이 개정되리라고 믿습니다.
광복회장이 할 수 있는 이야기고, 해야만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지난 75년간, 강고하게 형성된 친일 반민족세력이 민족공동체의 숨통을 옥죄어 왔습니다. 이 거대한 절망을 무너뜨리느냐, 못하느냐. 우리는 지금, 운명적 대전환의 길목에 서 있습니다. 우리 역사의 주류가 친일이 아니라, 독립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 온 겨레 한 사람 한 사람의 뜨거운 심장을 모아 크게 외칩니다.
'대한민국을 광복하라'.
감사합니다.
역사의 주류를 누구로 볼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부분이다. 역사에 주류가 있는가? 주류와 비주류가 나누어져 있다면 주류가 된 존재들이 과연 좋은 것인가? 주류가 되는 것은 좋은 것인가?
지나간 역사에서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는 것은 나누는 것 자체에서 각각의 반성과 성찰이 의미가 있고 현실에서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는 것은 다름을 인정하고,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광복절 기념사가 단순히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와, 현실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는 화합의 기념사가 될 날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