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다가 핸드크림을 주어들고 손에 발랐는데 어떤 기시감이 덮쳤다. 어디론가 쑥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라면 이런 것일 수도 있겠다.
프라하에서 5인실 호스텔을 이용했었다. 아침 일찍 준비하고 나가던 나는 늘 살금살금 씻고, 옷을 입고, 주방에서 화장을 했더랬다. 그때 마지막 단계가 앞머리에 달린 구르프를 빼는 것이었다. 그걸 빼고 핸드크림을 손등 위에 살짝 덜어내어 바르면 나갈 준비가 끝난 것이다. 그 기시감은 이것이었다. 거울을 보며 구르프를 빼고 앞머리를 손으로 넘기던 내 모습, 실내화를 벗고 외출용 신발로 갈아 신고 전신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만지고 중문을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카운터로 나가던 그 모습과 출근 준비를 하는 모습이 겹쳤던 것이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배우 정유미가 여행하는 방법을 본 적이 있었다. 보통 한 여행지에서 같은 향수만 쓴다던 것이었다. 의도치 않게 그녀의 여행법을 따랐다. 향에 여행의 기억을 담아두는 것이었다. 희한하게도 그날부터 그 핸드크림이 좋아졌고, 다 쓰면 같은 향으로 재구매를 할 예정이다. 보습력 같은 건 크게 중요치 않았다. 아무리 낡아도 물건에 깃든 시간과 기억이 소중하면 버릴 수 없듯, 그 핸드크림도 나에게 그런 것이 됐다. 언제든 프라하에 머물 수 있게 해주는 물건. 사람에게만 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간에게도 향이 있었다. 언제든 그 호스텔의 거울 앞에 나를 데려다주는 그런 향. 잊고 싶지 않은, 그런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