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달음식의 맛에 대하여

by 그린숲

미국에서 살면서 가장 그리운 것은 한국 음식, 그리고 배달음식.


날이 더워지는 여름이 되면, 한국의 배달음식이 더욱 생각난다. 오늘처럼 더운 날에는 요리 말고 배달음식 먹고 싶다, 하는 기분에 종종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한국서 살적에 가장 자주 배달시킨 음식은 역시 치킨이다. 그뿐이랴. 피자, 햄버거, 한정식, 돈가스, 중국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회까지.


“네가 미국에 살고 있는 동안, 한국 배달 음식이 엄청 화려해 졌어.”


친구들이 전하는 한국 배달음식 비즈니스의 번창 소식에 속이 쓰릴 정도로 부럽고 아쉽다. 부담 없는 가격에 가성비 최고인 음식 퀼리티, 거기다가 24시간 배달 서비스는 황송하기 까지 하다.


한국에서만큼 배달 문화가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메뉴들을 주문할 수는 없지만, 미국에도 배달 음식이 있다. 피자, 치킨, 햄버거, 이탈리아음식, 태국음식, 중국음식 등 메일함에 꼽혀 있는 배달 홍보용 전단지들 중 가장 많은 음식메뉴는 단연 피자.


딜리버리한 파파존스 피자.


피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매장에서 직접 사서 가면 배달가격보다 20~30% 정도 저렴하게 파는 곳도 있다. 앱으로 피자종류, 사이즈와 토핑을 선택해 주문할 수 있지만, 앱을 통한 주문을 취급하지 않은 곳도 많아서 전화 주문이 더 효율적인 느낌.


딩동, 벨이 울리면 딜러버리 직원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팁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라서 소정의 팁을 미리 준비해두어야 한다. 피자와 함께 사이드디쉬로 샐러드가 왔다. 처음 맛본 미국 배달 피자의 맛은? 앗, 짜다. 너무 짜서 한입 먹고는 이거 소금인가 싶다.


그렇다고 피자 배달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두 번째로 주문해본 피자는 오, 입에 맞는다. 그래도 여전히 짰지만, 피자의 맛에 집중하지 못할 만큼은 아니다. 입에 맞았던 피자는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피자 프랜차이즈인 파파존스. 지역마다 그 맛이 다를 수 있지만, 프랜차이즈이니 만큼, 맛이 균일하지 않을까.


피자 다음으로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배달시켜 먹는 음식은 중국음식이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중국음식을 볼 때마다 무슨 맛일까, 궁금했더랬다. 2인분 배달음식에 3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대.


고기종류가 다른 메뉴들은 맛이 비슷비슷하다.


미국서 처음 받아본 중국 배달음식에 처음 드는 생각은, 이게 중국음식인가?


중국 본토의 음식을 먹어본 경험도 협소하고, 한국서 맛본 중국음식이 다 인지라, 한국인의 중국음식 세계관으로 평가하기에는 ‘이건 중국음식이 아닌데?’


미국에서 본 중국음식의 첫인상은 브로콜리, 당근, 양파, 파프리카 등 채소에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간장 베이스 소스에 볶아낸 볶음요리들이다. 얼핏 얼핏 보이는 죽순이 나는 중국요리입니다, 어필하고 있다. 단맛보다는 짠맛이 강하고, 채소들을 가볍게 익혀 식감을 살렸다.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튀긴 다음, 짭조름한 소스에 걸쭉하게 졸여낸 요리도 있다. 미국의 중국식당 어딜 가더라도 볼 수 있는 메뉴인 ‘오렌지치킨’은 새콤달콤짭조름한 익숙한 맛. 탕수육이 연상되지만, 그 맛과 모양새에서 차이가 크다.


밥은 흰쌀밥과 볶음밥을 선택해서 주문할 수 있는데, 볶음밥이 취향에 맞다. 짜다 싶을 정도로 간이 센 요리들과 간이 슴슴한 볶음밥을 함께 먹어도 좋고, 남은 소스에 비벼먹어도 맛의 조화가 좋다.


간장베이스의 익숙한 맛이 나는 미국의 중국음식.


중국음식을 배달할 때 마다 꼭 주문하는 사이드디쉬는 스프링롤이다. 말하자면 춘권인데, 집으로 도착할 때까지도 뜨끈함과 바삭함이 유지되어 있다. 식기 전에 얼른 베어 물고 싶어서 초초하게 만드는 메뉴.


캘리포니아 살적에는 태국음식을 자주 배달시켜 먹었다. 맛의 차이는 있지만 중국음식과 크게 다른 점을 찾지는 못했다. 간장베이스에 달콤짭조름 부담 없는 맛.


세상의 모든 음식이 그렇듯, 외국에서 온 음식들은 그 나라에 맞게 모습을 달리한다. 중국에서 짜장면을 찾으면 절대 찾을 수가 없듯이, 미국에서의 중국음식도 ‘아메리카나이즈’가 되었다. 중국 본토 사람이 이 음식들을 맛본다면 한국의 중국음식도, 미국의 중국음식도 자국의 맛은 아닐 터.


생소할 수 있는 세계의 음식들은 음식을 주문한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일종의 ‘대중적 진화’를 맞이한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대중적인 음식일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은 배달음식은 특히나 호불호의 격차가 작다.


그래서 살뜰하게 아메리카나이즈 된 미국의 배달 중국음식에는 미국의 맛이 제대로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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