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이라기보다는 '책방'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곳, 워싱턴dc의 '폴리틱스 앤드 프로즈 북스토어'(Politics and prose bookstore), '정치와 산문 북스토어'다. '정치와 산문이라니' 이 서점은 요 듣도보도 못한 콘셉트에 끌렸다.
창문에는 꽃이며 공룡이며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페인팅이 커다랗게 가득 채워져 있다.
어라? 여기가 맞나? 기웃기웃, 일단 안으로 들어서니 분위기가 확 바뀌어 오래된 서점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서점 주인은 분명 유머러스할 것이다.
일단 '산문'은 다양한 카테고리의 책들을 말하는 것일 테다. 오래된 나무 책꽂이에는 소설은 물론이고, 여행서, 요리책, 종교서적, 만화책 등 일반서점에서 볼 수 있는 책들이 가지런히 줄을 서 있다.
대부분 영문서적이라서 아쉬운 마음에 그저 책장을 뒤적뒤적 거리던 중 일본 만화책을 발견하고 참 반가웠다. 미국에서도 한국에서처럼 서점 어딜 가더라도 일본만화책은 쉽게 볼 수 있다.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마니아층이 아주 견고하게 있는 느낌이다. 애니메이션 피큐어나 코스튬을 파는 가게들도 찾기 쉽다.
이 서점에서는 단연 산문보다는 '정치'가 흥미로운 부분이다. 요즘 어딜 가나 ‘핫한’ 트럼프 대통령의 풍자만화와 캐리커처를 서점에서 보자마자 피식, 실소가 새어나온다. 민주당 우세지역인 워싱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보다 비지지자들이 더 많은 곳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즐길 것이다.
그런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미국은 참 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한 풍자나 발언이 자유롭다.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자국가치, '자유'를 가장 잘 대변하는 부분이다. 현직 대통령을 풍자하는 코미디쇼나 토크쇼를 볼 때 마다 저렇게까지 해도 되는구나, 놀랍다가도 현직 대통령 풍자를 했다가 프로그램이 폐지됐다는 이야기를 전했던 한 한국 코미디언의 씁쓸했던 얼굴이 떠오른다.
뒤적뒤적 이런저런 생각 사이에, 어디선가 빵을 굽는 듯 달콤한 향이 스쳐간다. 그렇다. 이 서점 계단으로 바로 연결되는 지하에 있는 카페가 아주 제대로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짙어진 커피향과 맛있는 음식 냄새가 식욕을 부른다.
서점에서 음식이라니, 이곳은 커피와 요리 그리고 술을 판매하는 카페다. 차분하고 정돈된 인테리어, 벽에는 다양한 그림들이 걸려있다.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은 단골손님인 듯, 편안하게 이 장소에 녹아있다. 익숙하게 메뉴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고 앉아 방금 전 서점에서 구매했을 법한 책을 펼쳐 든다. 노트북을 두드리며 커피를 음미하거나, 마주앉아 늦은 점심을 즐기는 사람들.
술을 마시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의외로 술에 대한 인식이 엄격한데, 낮부터 술을 홀짝이는 사람은 문제가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 물론 펍이나 술을 파는 일반 음식점에서는 낮이건 밤이건 이런 관념이 문제되지 않는다.
커피가격은 아주 저렴하다. 주문한 카라멜마끼아또가 에스프레소 커피잔에 나와서 깜짝 놀랐다. 그럼 그렇지, 이러니까 싸지. 하수적(?) 발상은 커피를 한 모금 맛보고서는 쏙 들어갔다. 카라멜마끼아또인데도 전혀 달지 않고, 고소한 커피향과 부드러움만이 잔에 담겨있다. 커피의 신세계, 그 뒤로는 이런 종류의 에스프레소를 종종 즐기게 됐다.
테이블 한켠에는 나 같은 커피 하수를 배려한 듯, 커피의 종류와 만드는 법에 대해 자세하게 풀어놓은 설명서가 있다. 커피를 대하는 자세와 식견에 이 곳의 모든 커피를 맛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문학 있는 곳,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가만가만 커피 한 모금, 서점 바닥에 앉아 책을 펼쳐보던 한국에서의 추억이 다른 모양으로 겹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