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라라에게는 소소한 취미가 있다. 내가 이것을 언제 발견했더라, 키라라를 입양하고 1년 정도 지난 뒤인 것 같다. 거의 성묘가 될 때쯤 부터 시작된, 키라라의 평생 취미가 된 이것, ‘밥통 컬렉션’이다.
처음 키라라가 내 머리끈을 밥통안에 넣어 놓은 것을 발견했을 때는 우연이겠거니, 하고 원래의 자리로 가져다 놓았는데, 다음 날 또 다시 키라라의 밥통에 내 머리끈이 놓여있자 너무 귀여워서 까무라쳐 버렸다.
지금도 키라라와는 내 머리끈을 두고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머리끈을 살 때부터 색깔별로 구분해서 키라라에게 줄 것을 정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침범벅이 된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키라라가 가장 좋아하는 머리끈은, 머리끈에 반짝이는 작은 구슬이 달린 것이다. 심심할 때마다 아주 끊어질 듯 물고 뜯고 굴리며 가져 놀다가, 최근 머리끈이 툭, 터져버리자 흥미를 뚝 잃었다. 아쉬우나마 평범한 머리끈을 가지고 노는데, 이렇게 가지고 논 머리끈을 키라라는 꼭 밥통으로 가져간다.
키라라가 가지고 놀 수 있는 머리끈은 많지만, 녀석은 머리끈 컬렉션을 멈추지 않는다. 발견하는 족족 물어다가 자기 밥통으로. 잠을 자기 전 머리맡에 머리끈을 두는데, 키라라는 내가 잠들면 반드시, 꼭, 내 머리끈을 가져가버린다. 어떤 밤에는, 내가 잠든 줄 알았던 키라라가 내 머리끈을 가지고 가는 순간을 목격하고, 키라라! 불렀더니 키라라가 화들짝 놀라 멈칫하면서도 머리끈을 놓치지 않고 가져가 버렸다. 머리끈을 물고서 총총총 뛰어가는 키라라의 뒷모습.
나는 키라라의 이 행위를 ‘사냥’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키라라가 이렇게 뭔가를 밥통으로 물고 간 뒤에는 꼭 사료를 아득아득 깨물어 먹기 때문이다. 예외는 단 한번도 없다. 뭔가를 물어가면 밥을 먹는다. 또 나와 신나게 놀이-일종의 쫓고 쫓기는 사냥놀이-를 즐긴 뒤에도 밥통으로 가서 밥을 먹는다. 놀이 중간중간에 흥분을 해도 밥통으로 가서 밥을 먹곤 한다.
키라라는 머리끈 말고도 반짝이는 것들을 좋아한다. 대표적으로는 빵끈. 번쩍이는 금색에 가느다랗고 딱딱한 빵끈에는 눈이 돌아간다. 빵이나 물건을 사고 금색끈이 나오면 키라라에게 훌쩍 던져준다. 그러면 키라라는 후다닥 달려가서 빵끈을 물어다가 밥통으로 가져간다. 마음이 내키지 않을 때는 흥, 하고 모른척을 할 때도 있는데, 그래도 나중에 보면 금색끈이 보란듯 밥통 안에서 번쩍거리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금속 제질의 맥주병 뚜껑도 컬렉션 아이템이다. 특히 퐁, 하고 갓 딴 맥주 뚜껑을 제일 좋아한다. 뚜껑을 따서 식탁위에 슥 놓아두면, 키라라는 슬금슬금 거리를 좁혀와 발을 쑥 내밀어 바닥으로 뚜껑을 떨어뜨린다. 밥통안에 몇 개의 병뚜껑을 발견한 날에는, 아이고 이게 뭐냐, 절주에 대한 반성이 슬쩍 마음에 떠오른다. 구석구석 굴러다니는 병뚜껑을 잘도 모아 놓았다.
새벽에 유난히 놀아달라고 야옹거렸던 다음날 아침, 밥통안에는 깃털장난감이 있다. 새벽녘에 어렴풋이 깃털장난감에 달린 방울 소리를 들었는데, 그 큰 것을 물어다가 밥통 컬렉션에 포함시켜 놓았다. 긴 대가 달린 것을 물고서 뒤뚱뒤뚱 걸어다가 밥통까지 가져왔을 키라라의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풉, 터진다.
요즘에는 키라라의 이러한 취미생활을 키라라의 밤사냥 활동에 이용하고 있다. 자기 전에 키라라가 밥통 안에 모아둔 컬렉션을 거실 바닥이나 집안 구석 구석 떨어뜨려 놓는다. 다음날 확인해 보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머리끈이며, 병뚜껑이 밥통 안에 다시 모여 있다. 혼자 깨어난 새벽이라도 밤사냥으로 바쁠테지.
내 고양이의 은밀하고 귀여운 취미, 매일 매일 지치지도 않고 진행되는 키라라의 컬렉션이 더욱 번창하길 바라며, 오늘도 맥주뚜껑을 따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