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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숲 Jan 25. 2019

미국에서 왕만두와 짜장면을 파는 상상

내가 만약 미국에서 음식점 창업을 한다면, 왕만두와 짜장면을 팔겠다!


얼마 전, 워싱턴 도심을 거닐며 찜기에서 나온 냉동 만두를 감질나게 맛보다 생각했었다. 작은 만두 아홉 개에 10달러 가까이하는 냉동만두를 먹으려고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여보소, 이건 만두도 아니오. 한국만두는 냉동만두라도 이정도 퀄리티 갖고는 팔리지도 않소! 내 오늘은 여기서 어쩔 수 없이 사먹지만, 이게 맛있다고 생각해서 먹는건 아니라오. 자연스럽게 떠오른 한국만두 생각. 


한국서 살 때 한식 뷔페에서 이것저것을 골라 먹다가 만두를 먹으면서 친구에게 말했다. 와, 이 집 만두 잘 만드네. 만두 맛집일세. 리필하러 간 만두자리 뒤에 이 만두는 냉동만두지롱, 상품 포스터가 크게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받은 충격이란. 냉동만두의 반란, 그 서막이었다.




아시아마트에서 구매한 여러 종류의 만두들.


미국에 살면서도 종종 만두를 사먹는다. 만두는 미국에서도 덤플링(dumpling)이라는 이름으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아시아 음식으로 취급된다. 퓨전이든 뭐든 아시아 음식을 내는 곳에서 덤플링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지만, 이 가격에 이 퀄리티? 한국 냉동만두와 비교만 해도, ‘글쎄’가 마음속에 떠오른다. 


지금부터 시작할 만두에 대한 이야기는 미국 내 아시아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비비고만두 등 유명 브랜드 한국만두는 제외다. 중국이나 일본 브랜드 냉동만두도 논외다. 아시아마트 내에 있는 식당들과 아시아타운에서 팔리는 만두도 제외다. 특정 문화지역이 아닌,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미국에 있는 만두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서 파는 냉동만두의 경우는, 먹을 때마다 안타까울 정도로 맛이 없다. 일반적인 마트에서 파는, 영어로 네이밍되어서 대중화된 냉동만두는 대부분 잡내가 심하고 속이 부실하다. 


대부분의 미국사람들이 아시아마트를 찾거나, 식당에서 잘 모르는 덤플링을 비싸게 주문할 것 같지도 않다. 한 퓨전레스토랑에서 중국만두 샤오롱바오 정말 작은 사이즈 다섯 개가 한국 돈으로 만 오천 정도 했다. 만두를 좋아하는 나라도, 다시 주문할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미국에서는 제대로 된 만두를 비교적 싼 값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없구나. 


내가 한국 사람이라서 미국에서 왕만두를 팔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대중적인 입맛을 고려하면, 왕만두를 싫어할 이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생활 4년차, 이곳에 살면서 한 번도 왕만두를 파는 곳을 보지 못했다. 만두를 파는 것을 보았으나, 왕만두는 아니다. 


미국에 살면서 처음 만들어본 만두들.


속을 고기와 채소소로 꽉 채운, 푸짐한 수제 왕만두를 대나무 찜기에 후끈하게 담아서 팔고 싶다. 고급 아시아레스토랑이나 퓨전레스토랑이 아닌, ‘한식’이라는 이름을 건 소박한 분위기의 작은 식당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수제 왕만두를 파는 것이다. 사업가 마인드가 아니라서 이런저런 재료값은 계산 못하겠지만, 미국에서 고기를 비싸게 공수할 것 같지 않다. 미국의 고기는 정말 싸다. 미국에서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등 대부분 고기류와 소시지 제품군은 한국과 비교할 때, 매우 저렴한 편이다. 워싱턴 물가를 고려하면 정말 파격적인 가격이다. 고기들은 도매가격으로 구매한다면 더 싸게 공수할 수 있을 것이다. 손님들은 나의 왕만두 가게에서 고기 종류를 고를 수 있다.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두부만두나 야채만두, 김치만두는 인기만점일 것만 같다. 이 만두들은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도, 그저 맛있게 먹는 만두들이다. 이 만두들은 한국에서 고기만두만큼의 인기로 이미 그 맛을 입증하였다. 주먹만 한 왕만두를 합리적인 가격에 큰 대나무 찜기에 담아내는 상상이 왜 이렇게 흐뭇한지.


사이드로 가는 노오란 단무지는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왕만두의 맛을 상큼하게 잡아 줄 테지.  사람 수 대로 낼 초간장에는 고춧가루를 톡톡 뿌려서 낼 것이다. 젓가락은 고수할 생각이다. 젓가락을 써본다는 것 자체가 미국인들에게는 특별한 체험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식기를 기다렸다가 손으로 먹으라는 주인장 추천 멘트도 식당 벽면에 귀엽게 붙여 놓고 싶다. 포크를 부탁하는 것에 미안스러울 수 있는 손님들과 아이손님들을 위해 테이블 아래 서랍에 포크와 티슈를 넣어 놓을 것이다. 한국의 분식점처럼 말이다.




춘장으로 만든 넓적당면짜장과 짜장밥.


왕만두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짜장면을 팔기 시작할 것이다. 이 식당의 짜장면은 한식이라고, 중국에서도 맛 볼 수 없는 ‘코리아나이즈’된 짜장면이라고, 친절한 설명은 필수다. 시꺼먼 짜장소스가 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겠지.-성공에 대한 몽상으로 혼자서 웃고 있는 중-상상할 수 없는 맛은 짜장면의 가장 큰 매력으로 어필 할 테지.


미국에서 많은 종류의 누들을 먹어 보았다. 파스타는 물론이고 태국음식, 베트남음식, 몽골음식, 중국음식 다양한 맛의 누들 음식들. 이 누들의 특징을 하나만 꼽아보라고 하면, 나는 ‘단짠’이라고 대답 하겠다. 단짠의 누들은 미국인들에게 어필한다.


단짠의 누들, 여기에 짜장면이 빠져서야 되겠는가. 인스턴트 한국라면 빼고는 한국식 짜장면을 파는 곳은 없다.-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아시아타운, 한국마트 내 푸트코트 등은 제외라고 짚고 넘어간다.-워싱턴 도심에서도 한국식당과 한국 푸드트럭은 자주 보인다. 대부분 비빔밥이나 김밥, 불고기 같은 이미 알려진 한식 메뉴들이다.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단짠의 잡채가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을 보았다. 그럼 짜장면이라고 사랑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 싸게 공수할 수 있는 고기가 숭덩숭덩 들어간다면? 왕만두에 짜장면은 콤비가 되어, 심플한 블랙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킹만두’ 한식당에 대표 메뉴가 될 것이다.-블랙 인테리어는 왕만두 성공 후 짜장면을 팔기 위한 포석이다.-간판에는 먹음직스러운 왕만두 모양의 네온사인을 크게 달 것이다. 멀리서도 만두를 파는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술도 빠질 수 없다. 나는 왕만두와 함께 꼭 막걸리를 낼 것이다. 매콤한 김치왕만두가 막걸리와 제격이라고, 단골손님들에게 꿀팁을 줘야지. 아, 성공하여 갑부가 될 것만 같다. 


왕만두와 짜장면 가게를 미국에서 오픈하여 성공하게 되는, 한 바탕 맛있는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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