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카페처럼 부담 없는 ‘미국의 스타벅스’

by 그린숲


주말이면 어슬렁거리며 꼭 가게 되는 카페, 스타벅스가 당첨되는 경우가 많다. 워싱턴DC는 덜한 편인데, 캘리포니아에 살적에는 카페를 찾는 눈이 닿는 곳마다 스타벅스 또 스타벅스 그리고 스타벅스. 건물 한 채를 다 쓰는 곳부터, 상점 한 편에 마련된 곳, 빌딩 1층에 자리한 곳, 호텔 라운지, 커피가 생각날 법한 장소에는 어김없이 스타벅스가 있다. 내가 뭐랬더라, 그래, 스타벅스 공화국.


한국에도 스타벅스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프렌차이즈 카페가 다양하고 동네마다 보물 같은 작은 카페들이 구석구석 숨어 있다. 한국에 살적에는 쾌적한 분위기 속에서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해야 될 때, 그래서 좀 오래 머물러야 할 때 스타벅스를 찾았다. 테이크아웃이나, 잠깐 시간을 때우려고 하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프렌차이즈 카페나 동네 카페를 선택한다.


미국에서는 반대가 됐다. 미국 스타벅스에서 파는 커피들과 스낵들은 가격면에서 부담이 없다. 배가 고파 커피와 스낵을 양껏 시켜놓고서 가격표를 확인하면 예상했던 가격보다 절반 정도다. 와, 이거 뭐지. 영수증을 꼼꼼히 확인한다. 커피값이 거의 한국의 절반 가격이다. 아이스아메리카노가 2000원대다. 한국은 4000원대였지 아마. 이러니 스타벅스에 올 때 마다 몸에 익은 가격표가 맞질 않는다.




출출할 때 주문할 수 있는 스낵류도 다양하다. 스타벅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소시지 브레이크패스트 샌드위치(Breakfast sandwich)다. 이름은 비록 조식 샌드위치지만, 언제 들러도 주문이 가능하다. 너무 늦게 가면 솔드아웃 되기도 할 정도로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메뉴.


주문 즉시 뜨끈하게 데워주는데, 모양새는 사실 별 볼일 없다. 담백한 번(bun) 안에 촉촉하고 부드러운 달걀 스크램블 패티와 쭉 늘어나는 체다치즈, 생강향이 살짝 나면서 고소한 고기 패티가 있다. 너무 뜨거워서 첫 한 입은 베어 물었다, 떼었다 호호. 그렇지만 이렇게 입천장을 데면서 먹는 것이 이 메뉴의 매력. 한 개 먹어서 배가 부를 리 만무하지만, 2000원 정도하는 저렴한 가격과 가성비에 출출함을 달래기에 이만한 게 없다싶다.


크루아상과 시나몬롤, 다양한 쿠키와 미니 케익, 팝시클, 그리고 이름을 외우기 어려운 생소한 디저트류들도 부담 없는 크기에 저렴하게 나와 있다. 이색적인 소스맛이 일품인 상큼하고 시원한 롤 메뉴는 잊을 새 없이 종종 먹는다. 샌드위치와 샐러드, 요거트, 과일 등 건강식단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위한 메뉴들도 구비되어 있다. 한 쪽에 대롱대롱 달려있는 신선한 바나나까지, 스타벅스를 들른다고 해서 평소 추구하는 식단을 헤칠 일은 없다.


스낵류의 종류가 바뀌고 신메뉴도 자주 나오는 편이라서, 새로운 스낵과 커피가 나오면 한 번씩 먹어본다. 시즌마다 나오는, 다소 실험적인 신제품 커피는 기존의 커피보다 가격이 좀 있는 편인데, 확실히 맛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달지 않는 커피들은 맛있다.




처음 미국 스타벅스에서 카라멜마끼아또를 주문했을 때의 충격이 떠오른다. 달다, 달다, 한 없이 달다. 설탕이 얼마나 들어갔을까. 처음에는 마시기를 포기했던 것이 지금은 또 그 단맛이 익숙해져서 한 컵을 홀짝홀짝 다 마시지만, 여전히 나의 의식은 마실 때 마다 달다는 표현을 포기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커피홀더는 핫 커피가 아니면 따로 말을 해야 나온다. 한국에서는 모든 커피에 홀더가 나오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아이스커피에 달라붙은 공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테이블 위로 툭툭 흘러내린다. 어느새 컵 아래에 흥건히 고인 물을 보며, 홀더 대신 선택한 환경보호라며 자위하곤 했다. 그래서 지금은 아이스커피에 홀더를 따로 요구하지 않더라도, 이것은 이대로 됐다 싶다. 또 스타벅스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빨대를 퇴출한다니 잘된 일이다.


스타벅스의 딱딱한 의자가 한국이나 미국이나 아쉽긴 하지만, 틀림없이 손님들의 로테이션은 빠를 것이다. 의자 폭 파묻혀 책을 읽거나 보드게임을 하고자 하면, 그때는 정말 ‘동네 카페’를 찾는다.


미국의 동네 카페는 한국처럼 그런 아기자기한 개념은 아니지만, 개성 확실한 인테리어와 독특한 매력이 있어서 좋다. 푹신한 소파들은 몸을 빨아 당기며 놓아주질 않는다. 이렇게 붙잡혀 하루 두 끼를 카페에서 해결한 적도 있다. 이것은 또 나름 개인 카페들의 전략일 것이다.


개인 카페들은 오히려 커피나 음식 등 모든 면에서 스타벅스보다 비싸다.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하면 만원은 훌쩍 넘어간다. 팁을 따로 요구하지 않은 스타벅스와는 달리 계산 시 탭을 할 때면, 팁을 지불한 것인지 물어보는 화면이 나온다. 단골 카페라면 아무래도 팁 지불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팁 걱정 없이 오다가다 시원한 음료 한 잔, 예상 밖의 시즌 신메뉴 체험, 언제나 같은 스테디셀러의 맛, 본전 생각 없이 엉덩이만 붙였다가 나와도 되는, 미국의 스타벅스는 동네카페처럼 부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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