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지 Jun 04. 2016

1.『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사랑의 열병을 앓는 누군가의 삶 上 -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듯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연애소설에 종종 등장하는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러 매체와 이야기 속의 사랑의 모습은 내가 알고 경험해본 사랑보다 훨씬 지독하고, 절절한 사랑의 모습입니다. 저는 가끔 이와 같은 사랑 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어떻게 저렇게 모든 것 다해 사랑할 수 있을까-하고 의문에 빠지게 됩니다. 아마도 저는 그와 같은 절절하고 극렬하기까지 한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의문을 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저럴 수 있겠어- 하면서요.  

그런 지독한 사랑을 우리는 종종 '열병과 같은 사랑'이라 칭하곤 하죠. 여러분은 사랑의 열병을 앓아본 적이 있으신가요? 혼자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고통스러워하는 그 ‘열병’을요. 제가 엿본 사랑의 열병 속에선 좋은 약이 없는 것 같습니다. 치료제가 없는 것이지요. 그저 열병을 앓으며 어서 이 열병 같은 사랑이 지나가길, 혹은 열병과 같은 사랑이 씻은 듯 낫길 간절히 원할 뿐입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여기에 그 열병에 극렬하게 시달린 베르테르라는 이름의 청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빌어 사랑에 열병에 시달리다 못해 그 뜨거운, 극렬한 열병과 같은 사랑에 모든 것을 내던진 그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첫 페이지:『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1774년, 독일

간단한 줄거리를 나누자면, 베르테르라는 청년이 아름다운 로테라는 여인에게 ‘필연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되며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알베르트라는 정혼자가 있었고, 베르테르는 갈 곳 없는 자신의 사랑에 끊임없이 괴로워하며 앓다가 끝내 자신의 열병 속으로 몸을 내던지게 됩니다. 

이와 같은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당대에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 또한 당시 이 책을 읽고 자살하는 청년들이 많았기 때문에(당시 작품을 읽고 자살한 사람만 2,000여 명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후대에 이런 사회 현상에 대해 표현하기 위해 생겨난 말입니다. 그렇다면 당시에는 왜 베르테르와 같이 자살한 사람이 많았을까요? 왜 그들은 베르테르의 이야기를 읽고 그의 모습과 같이 열병 속으로 몸을 던진 것일까요? 이유를 분석하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갈 곳 없는, 보답받지 못하는 그 마음에 대한 표출로, 소설 속 베르테르의 모습과 같이 자신을 내던진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774년 초판의 표지면

보답받지 못하는 마음이라는 것은 야멸차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마음에 대한 것은 생각보다 흔한 이야기입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나오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라는 말이 있지요.  앞서 말한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말은, 흔한 말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라는 뜻이 아닐까요? 이처럼 마음의 문제는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며,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기도 하기에 더욱 애달픈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엇갈리는 마음으로 누군가는 열병을 앓겠지요. 베르테르가 그랬던 것처럼 괴로워하며 아플 것입니다. 하지만 그 열병이 지나가고 새로운 사랑과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의 열병에 빠져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베르테르에게 어떠한 모진 말을 던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괴테와 괴테 친우의 이야기를 자전적으로 풀어낸 소설이기에, 그의 소설 속 베르테르는 그토록 절절하게 자신의 열병에 기꺼이 몸을 던졌는지도 모릅니다. 소설 속에서 자신의 바람을 거릴 것 없이, 망설임 없이 표출한 것이지요.  이와 같은 거칠 것 없는 열병은, 지금 내가 있는 삶 속에서는 만나기 힘든 무엇이기에 더더욱, 순전해 보이는 것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꺼이 자신을 던지는 삶이라니요. 오늘날 나의 모습을 본다면, 열병을 앓는 것은 미련한 모습입니다. 그 감정에, 모든 것을 내던진다는 것은 어쩌면 바보 같은 것으로 여겨지는 일입니다. 


요즘 흔히들 연애에는 밀고 당기기가 있어야 한다지요. 마음을 바쳐 사랑하는데 재고 따지는 것들이 넘칩니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고, 더하여, 미련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베르테르의 방법이 좋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지만, 그의 절절한 열병에 대한 솔직한 태도는 모든 영역에서 가식적으로 뒤로 물러나 있는,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제 자신에게 새로운 마음을 가지게 합니다.      

사랑함으로 얻게 되는 상처의 아픔들로써 자신의 사랑의 무게를 오히려 깨닫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처참하게 져 버리거나, 이별의 아픔에 절망하는 모습만 생각하는 것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피어나는 그 사랑의 모습, 열병에 몸져누울지라도 뜨겁게 타오르는 그 마음에 대해서는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배부른 소리라 누군가는 타박할지도 모르겠지만... 아, 내 사랑이 질지라도 지금 기꺼이 사랑하겠다는 그 마음을 가지고 싶습니다. 

저의 사랑은 무엇인가 계속 두려워하며, 상처받지 않기 위해 멀리 떨어져 나의 모든 것을 관망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나의 삶을 관망한다는 것은 어쩌면, 나의 삶을 나답게 살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적당히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나의 마음을 붙잡고 있진 않았을까요? 어느 순간 감정에 파묻히는 것을 두려워하다, 영영 사람의 마음을 잃어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떨어져 사라질지라도, 누군가를 향한 그 마음이 얼마나 꽃답게 피어나는지요. 

꽃은 지지만, 다시 새롭게 피어납니다. 또, 열매를 맺겠지요. 분명 나의 꽃은 화려한 꽃잎을 떨구고 져버리는 유한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 꽃이 다시금 생명으로 맺히게 되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요. 그렇게, 사랑함으로 기꺼이 피어나, 열렬히 사랑하나 잎을 떨구는 꽃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열매 맺을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랑의 꽃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