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 전주국제영화제 영화 ‘리메인' 후기
휠체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어준 장치에는 춤, 불륜 등 다양한 게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휠체어다. 그래서 관객과의 대화 때 바보 같은 질문을 했는지도 모른다. 프리다 칼로를 이름만 들어봤지 난 잘 몰랐으니까. 감독님이 설명해주시고 난 후에도 신기한 감정은 계속 남았다. 프리다 칼로에서 휠체어를 가져왔다니.
현관 근처에서 어색하게 서있는 게 좋았다.
현관 근처에서 어색하게 서있는 게 좋았다. 여자 주인공이 남편이 아닌 남자 주인공의 집에 갔을 때. 동전을 뺏어서 자판기에 넣은 뒤 음료를 꺼내 주려 하지 않고, 그의 집이니 그가 알려주기 전까지 어색하게 기다리는 모습이 좋았다. 휠체어에 앉아 키스하는 모습이 좋았다. 휠체어에 앉아 함께 주차장을 질주하는 모습이 좋았다. 휠체어에 앉은 그의 등에 온전히 몸을 맡기고 춤을 추는 모습이 좋았다. 무섭기보다 쪽팔렸다 말하는 그도 좋았다.
적어도 그 순간부터 한 동안은 달콤하니까.
나만 빼고 다 용기가 참 대단하다. 영화 속에서도 주위에서도. 사실 용기라기보다는 훈련과 실험의 결과에 더 가깝지만. 영웅담이 될지 실패담이 될지는 확실치 않지만. 적어도 그 순간부터 한 동안은 달콤하니까. 목구멍이 아릴 정도로. 우선은 용기라고 해두자.
사랑하는 혹은 사랑했던 세 남자를 모두 잃었다. 여자 주인공은. 그중 두 남자는 내가 용기라 부르기로 한 것 때문에 잃었다. 아니. 그 용기라고 부르기로 한 것이 나오게 한 모든 것 때문이다. 아니. 우연의 일치 때문이다. 아니. 아니. 뭐 때문인 건 없다. 그냥 잃었다.
춤을 춰야 하는 사람이다.
춤을 다시 추더라. 바다 앞에서. 음악과 함께. 춤을 춰야 하는 사람이다. 사랑해야 하는 사람이고. 사랑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계속해서 춤을 출거다. 나도 춰야겠다. 다 같이 춤췄으면 좋겠다. 계속해서. 멈추지 말고. 그래야 실패담이 아닌 영웅담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우리도 사랑하자. 사랑하고 사랑받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