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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n 26. 2019

회상일기 090510 자작 시-어느 독서하는 대학생

브레히트를 위하여 / 반백수 이상하 090510

어느 독서하는 대학생의 사과나무1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기리며  


                                              /   이상하 090510


성문이 일곱 개나 되는 그리스의 테베를 건설한건 누구인가?

책 속에는 왕의 이름들만 나와 있다

왕들이 손수 돌덩이를 운반해 왔을까?*

   

시장바닥에 드러누워 사람들의 무지를 깨우치던

최초의 말장난쟁이는, 사과 한 입을 베어물어 허기를 채웠다네

철학을 낳은 그 사과나무는 어떤 선지자가 가꾸었나?


내일 세계가 멸망할지라도 사과나무 하나를 심겠다고 외친

타락한 성직자의 서재는 지금도 정갈한데,

그 서재엔 디자이너의 성씨라도 새겨져 있던가?


곱게 키운 사과나무 밑에서 낮잠자던 샌님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과학발전에 기여한 정원사는 저녁이라도 한번 초대받았을까?


약소국 스위스에서 감히 독립을 꿈꾼 몽상가에겐

아들 머리위의 사과가 혁명의 도화선이었네

혁명을 일궈낸 활과 화살을 만든 장인의 이름은 도대체 무엇이었나?     


너무나 많은 소설들을 읽을수록

그만큼 많은 주연들을 알게되네.

등장도 짤막한 엑스트라들은 이름마저 흐려지면

아니 애초에 이름 한번 나온적이 없었는데!       

                            







*브레히트의 시집 살아남은 자의 슬픔-김광규 옮김 중에서 '어느 독서하는 노동자의 의문'

시의 1연을 그대로 인용함.        





/


무려 이 시를 쓴지가 10년이 지났다.


브레히트, 소크라테스, 스피노자, 뉴턴, 월리엄 텔


동아리 회원들의 투표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표제시에 선정되고서 나는 마치 신춘문예 등단이나 내 책 출판이라도 한듯이 기뻐했었다.


심지어 저 위대한 거인들의 어깨 위에 나란히 서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소크라테스가 시장에서 사과를 먹었는지는 기록이 없고 스피노자가 실제로 사과를 심겠다는 명언의 주인인지도 아무도 모른다. 뉴턴의 사과도 날조라는 주장도 있고 월리엄 텔의 활솜씨도 일종의 민담 설화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또 10년이 지날 것이다. 리고 더.


엑스트라의 이름도 기억해주는 시대가 올까


아니면,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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