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의 꾀병 시가 스며든다 나의 술병으로

술술 아무말대잔치2

by 스포쟁이 뚱냥조커

꾀병 / 박 준


나는 유서도 못쓰고 아팠다. 미인은 손으로 내 이마와 자신의 이마를 번갈아 짚었다. "뭐야 내가 더 뜨거운 것 같아" 미인은 웃으면서 목련꽃같이 커다란 귀걸이를 달고 문을 나섰다.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렵게 잠이 들면 꿈의 깊섶마다 열꽃이 피었다. 나는 자면서도 누가 보고 싶은 듯이 눈가를 자주 비볐다.

힘껏 땀을 흘리고 깨어나면 외출에서 돌아온 미인이 옆에 잠들어 있었다. 새벽 즈음 나의 유언을 받아 적기라도 한 듯 피곤에 반쯤 묻힌 미인의 얼굴에는, 언제나 햇빛이 먼저 와 들고 나는 그 볕을 만지는 게 그렇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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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웠던 추억은 인생을 견디게 하는 마약이다.


박준 시인은 꾀병이라 하지만 그 병이 그리우리라


때때로 말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토해내고


바래서는 안 되는 것도 바라게 되는


그런 마법같은 술자리가 또 올까,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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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병 / 뚱냥조커 이상하


나는 계산도 못하고 아팠다. 동생놈은 손으로 내 등허리와 자신의 허리를 번갈아 두드렸다. "뭐야 형님 내가 더 취한 것 같아" 동생은 웃으면서 방망이같이 커다란 술병 들고 지갑을 꺼냈다

한 반 나절 퍼마시면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전생의 피로연을 후불로 치르는 일이라 생각했다. 내안의 수많은 영혼들을 뱉어내고 어렵게 잠이 들면 악몽의 간극마다 찐득한 밤꽃이 피었다. 나는 자면서도 누군가 그리운 듯 세계를 더듬거렸다

힘껏 땀과 눈물을 흘리고 깨어나면 동네슈퍼에서 돌아온 동생이 콩나물을 삶아놓고 잠들어 있었다. 새벽 즈음 전생의 업보들을 받아 적기라도 한 듯 피곤에 절여진 동생의 얼굴에는, 언제나 식지않은 삶의 향기가 먼저 젖어 들고 나는 그 을 바라보며 한잔 더 짠 올리는 게 그렇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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