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의 시 소리의 뼈처럼 목에 걸리는 소주의 뼈
술술 아무말대잔치3
소리의 뼈 / 기형도
김교수님이 새로운 학설을 발표했다.
소리에도 뼈가 있다는 것이었다.
모두 그 말을 웃어넘겼다, 몇몇 학자들은
잠시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 김교수의 유머에 감사했다.
학장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은 일 학기 강의를 개설했다.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장난삼아 신청했다.
한 학기 내내 그는
모든 수업 시간마다 침묵하는
무서운 고집을 보여주었다.
참지 못한 학생들이, 소리의 뼈란 무엇일까
각자 일가견을 피력했다.
이군은 그것이 침묵일 거라고 말했다.
박군은 그것을 숨은 의미라 보았다.
또 누군가는 그것의 개념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모든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에 접근하기 위하여 채택된
방법론적 비유라는 것이었다.
그의 견해는 너무 난해하여 곧 묵살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 다음 학기부터 우리들의 귀는
모든 소리들을 훨씬 더 잘 듣게 되었다.
/
소리에 침묵이라는 뼈가 있다면
그리고 그 뼈로 인해 오히려 소리가 증폭된다면
술에도 뼈가 있지 않을까 특히 소주에.
옛부터 문학과 독주는 깊은 연을 맺어왔다.
어떤 작가의 말처럼 말할수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
바로 문학의 소명이라면 여튼 써야 한다.
군소리 말고 창피하더라도, 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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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의 뼈 / 뚱냥조커 이상하
-기형도와 후배님들을 위하여
종강 뒷풀이중 선배님이 새로운 시를 발표했다.
소주에도 뼈가 있다는 썰이었다.
모두 그 말에 피식, 웃었다 몇몇 후배들은
아재개그라도 과감히 질러서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 선배의 용기에 감사했다.
허나 과대표의 강력한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선배님은 찬호팍마냥 투머치토킹을 멈추지 않았다
호기심 많은 새내기들이 장난삼아 경청해주니
두 시간 내내 좔좔 그는 이틀간 소주만 마시다가
목에 뼈가 걸려 병원가서 삼일을 누웠다나
살짝 무섭황당한 아무말대잔치 쇼를 보여주었다.
어이없어진 후배들이, 소주의 뼈란 무슨 은유일까
각자 일가견을 피력했다.
이군은 그것이 떠난 애인일 거라고 말했다.
박군은 선배의 모태솔로 경력을 고려해보면 군대 입대영장이라 보았다.
또 누군가는 그것의 실체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못생기고 돈없는 루져 남자라는 우울함 그 자체,
에 접근하기 위해 발명된 개념이지만 닿지 못하는
이른바 칸트가 말한 물 자체 라며 폼을 잡았다
그의 견해는 일리가 있었지만 그게 현실이라면... 다들 너무 비참해지기에 곧 묵살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 다음 해 발표회부터 후배들의 시는
모든 텁텁한 은유들을 소주보다 더 진하게
날카롭게 녹여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