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의 거룩한 식사 시를 따라 거룩한 블랑블랑

술술 아무말대잔치

by 스포쟁이 뚱냥조커

거룩한 식사 / 황지우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을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 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 세상 떠 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에서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파고다공원 뒤편 순대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 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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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나는 떠올린다


내 삶 아름다웠던 빛났던 순간을.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다 단지 소박하게


나처럼 힘든 동생,친구에게 술 한잔 사줬던 기억.


삶을 살 만하게 만들어주었던 손가락의 온도를


카스나 필라이트가 아니라 블랑이나 클라우드를


하이얀 안개같이 흐릿하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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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블랑블랑 / 뚱냥조커( 이상하 )



이십대가 저무는 사람이 혼자 술을 먹을 때
코에 젤리가 막힌 듯 올라오는 취기가 있다.
가늘어지는 손꾸락으로 배달집 주문을 누르고서
등 굽혀서 코로 나의 맥주향을 맡고 있는 그에게
하이 인사후 네캔을 먹다가 하나남은 파울라너 놓고 죽마고우와 눈흘기며 눈치 게임을 벌이다가
그날 먼저삼킨 기네스가 이제야 허옇게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또 만원을 꺼낸 것이다

지친 마음에 블랑 한 캔 씩 서로 따 넘겨줬던
그 참 이 상하이 맥주스러운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빈 잔에 붙은 버거운 숨이여
이 세상 모든 홀로 술 먹는 자들
술친구도 없이 쪼그만 원룸 침대에서
인증샷 한 장조차 없이 홀로 내일도 나 힘내보자며 맥주를 퍼 넣으시는 블랑 블랑한 서른의, 쩍 벌린 메마른 하이얀 입술이
나는 어찌 이리 성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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