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의 개 같은 가을이 나의 개 같은 공복을 부르고

국밥부장관의 자주국밥 아무말대잔치5

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오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폐수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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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시를 언어의 마술에 비유한다. 그것은


단순히 어떤 대상을 시가 잘 표현할 뿐만 아니라


이미지 자체를 마술처럼 만들거나 비틀기 때문에.


시인들의 시인 우리 시대의 시인이라 불려도


모자람이 없는 최승자 시인은 바로 그런 시인의


전범이다 그녀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또는


이 시인을 제끼고 내가 이 시대의 사랑을 노래하는


국밥부장관 익살꾼 조커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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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공복이 / 이상하

개 같은 공복이 쳐들어온다.
내 위장의 굴절 마음의 골절 같은 공복.
그리고 고독은, 외로움 그 마음의 허기는
두 다리 사이의 짧은 다리 쪼아든다

모든 동물들 뒷구녕이 마르고
모든 관계들의 섬이 비틀어지고 문드러진다
즐겨찾기에 담아둔 옛 가수의 목소리조차 낡아가고
여보세요 아이유 아니니 지은이지 봉선아
사랑했던 팬심조차 허공에서 와이파이를 떠돌고
한번 떠나간 애인도, 사귀지 못하고 삼귀다가 떠난 썸녀도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정리못한 추억의 습작들 사진들이
한없이 맥주맛 말오줌인지 말오줌맛 맥주인지 헷갈리는 세월이 묵힌 고시원 쪽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구녕에 쓸쓸히 일어나서 먹고살겠다고 국밥을 붓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인연은 영원이 될 수 있을까 아니

영원속 인연을 붙잡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