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의 학교에서 배운 것 시처럼 술집에서 배운 것

배우기 싫은 것과 마시기 싫은 것들에 대하여

by 스포쟁이 뚱냥조커


학교에서 배운 것 / 유 하


인생의 일할을
나는 학교에서 배웠지
아마 그랬을 거야
매 맞고 침묵하는 법과
시기와 질투를 키우는 법
그리고 타인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법과
경멸하는 자를
짐짓 존경하는 법
그 중에서 내가 살아가는 데
가장 도움을 준 것은
그런 많은 법들 앞에 내 상상력을
최대한 굴복시키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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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었다가 영화감독이 된 유하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고


시를 읊던 그와 말죽거리 잔혹사의 영화감독


이 사이에 아마 이 학교에서 배운 것 시가 있으리라


공부못하면 잉여인간이 되는 거라고 하는 대사와


그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바로 저런 짓거리들


그 학교를 떠나고 성인이 되어서 들른 술집들.


술을 마시다가 나는 무엇을 마셨을까


마실 수 있는 것들만 목구멍으로 넘겼을까


위장 외에도 무언가 적셔준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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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에서 마신 것 / 뚱냥조커 이상하


인생의 절반 삶의 슬픔을
나는 술집에서 마셨지
아마도 연못을 아니지 바다를 확실할 거야
폭언 폭행을 당해도 침묵하고 묵혀놨다가
억울과 울분의 호수를 삼키는 시간
그리고 타인이 그런 서글픔을 풀어놓 시간을
마치 진심으로 공감한다며 레테의 강을 건너는 척

술잔이라도 같이 목구멍으로 넘겨주는 척
짐짓 지갑이나마 만지작거렸던 머뭇거림의 시간
런데도 내가 픈 생의 바다를 헤쳐나가는 데
가장 크게 잡을만했던 지푸라기는
그런 많고많은 인생의 분노와 슬픔들을
그저 더 많은 알콜로 서로를 촉촉하게 적셔준

사람 사이의 대양에 별이 차올라서 울컥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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