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시작되는 휘파람-자작 시

내 외로움 활용법6

by 스포쟁이 뚱냥조커

아름답게 시작되는 휘파람. 내 외로움 활용법 6
-Credens justitiam song for HY



그것을 지은이 흉내로 노래하는 것은 무익해요
그래서 너는 노래했을까 무명가수의 흔한 이별이야기를
열살적 못다끝낸 여름방학 숙제처럼,
혹은 배불리 먹다남긴 수박처럼
그립지만, 지금도 그리워 하지는 않으니까

그것은 달콤한 살얼음이 동동 서있는 화채 같구나.
곧 녹아내리고 투명한 눈꽃덩어리 사그라질테니
이별가 한곡 짧게나마 맘속으로 부르고 나서야
허겁지겁 숟가락을 집는 아이처럼 우아한 몸짓이로구나
옛적에 도끼든 집행인의 발을 우연히 밟고서 고의는 아니었어요- 사과했다는 귀부인처럼
당황스럽지만 당돌한 예법. 넌 너무나 시적인 휘파람을 부르는구나

여기까지, 내 시는 멈출 수밖에 없구나
"누구나 서른이 이토록 아프다는걸 가르치기만 하고 옆에 있어주지는 않았어요."
라고 스물아홉 크리스마스날 쓴 일기에 이제는 스스로 답시를 쓰려는데
"사랑은 타인에게 최소한의 폭력을 주려고 노력하는 그 무언가 같아요."
벼락같은 너의 휘파람 내 전두엽을 관통하고 사정없이 구타했던 첫 대화의 추억
갓 스물하나 너의 쓸모없는 노래, 너의 폭력에 매혹당한 내 달팽이관은
느릿
느릿
철사 위 생의 균형을 다시 잡으려 발버둥치는데

나보다 즐거이 시와 사람과 잘 노니면서
툭하면 나를 만나 밥 얻어먹을 때마다 선배님은 정말 병신같지만 멋있는 청춘 같아요
라고 대접해주는 어린 후배들에게
빈말이지만, 빈말로 서로에게 예를 지키는게 도 라는 건 공자님도 하신 말씀이니까.
빈 말이 아니더라도 밥 살 때만 낯 뜨거운, 진심어린 칭찬의 물물교환이 오가는 이유를 분석해낼 줄 알고 말할 겨를은 까먹는 나는, 아마추어지만 인문학자니까 시인이니까.

나는 아마 스물아홉해 내내 노래는 커녕 휘파람도 흉내내기 버거웠나 보아
그러니 아주 조금만, 너의 휘파람노래를 배울 수 있겠니 , 난
아이유 콘서트보다 노량진 노래방이
하얏트 호텔 와인파티보다 부침개 막걸리가
보들레르 백석과의 밀담보다 은영누나 시 낭송이
좋아
가까이 있으니까 너와 함께니까
어리지만 당당한 아름다운 나의 친구 디오게네스, 너는 말이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느 날 고궁을 나오는 김수영과 어느 날 국밥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