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먹으며 에세이 또는 시가 되는 꿈
나태주 시인의 화이트크리스마스와 모작시 흑역사 지우개
성탄절 이브에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모작시
by
스포쟁이 뚱냥조커
Dec 24. 2019
/
흑역사
지우개로 가득찬 홍대의
크리스마스
- 마음에도 지우개가 필요해 / 뚱냥조커 이상하
새해까지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새벽
취기로 가득한
서울이
라는 바다를 서성이다가
홍대 구석구석에 고개를 푹 숙이고 온몸을 웅크린
알콜에 푹 삶아진 새우들이 군데군데 눈에 밟히네
남들은 어린 날의 시시한 고민이다 그럴지 몰라도
손주 이름까지 지었다가 파탄난 어린 연인들
좋아한다 말도 하기전에 차단당한 짝사랑
미래라는 불안을 견딜수 없어 대신 술에 내던진
청춘이란 호칭이 부담스럽고 피곤한 청춘들.
인생이라는 파도에 어어어 떠밀려와서
홍대라는 해변가에 표류중인 스무살 서른살 언저리
누구나 한해가 끝나면 지우고픈 흑역사가 생겨나네
모두가 모래사장을 걷다보면 그저 앉아서 쉬고싶네
바닷게의 집게발처럼 날카로이 잘라줄 수는 없을까
초딩시절 화이트처럼 내기억을 지워줄 수는 없을까
내 삶을 내 역사를 통째로 지우고 새로쓰면 안될까
불가능한 소망을 토해내며 소주도 안주도 쳐묵쳐묵
허나 도로 뱉어내고 만다네 눈망울도 깊어진다네
다행인가 불행인가 이런 재미없는 이야기라도 듣는
멍청이 븅신이라고 욕하면서도 내 등 두드려주고, 내 기억을 지워주려 애쓰는 지우개가 아직은 내 곁에 있었다네
내게도
남은 지우개가 있었다니.
또 새해가 찾아오니 또 새로운 지우개를 찾는다네
삶이라는 대양에는 또 새 벗도 있을거라 믿는다네
그리고 나도, 모두는 누군가의 지우개였다네
.
..
keyword
공감에세이
문학
홍대
4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스포쟁이 뚱냥조커
소속
한국반백수대책위원회
직업
크리에이터
시와 정치, 철학과 음식에 대한 에세이를 씁니다 매일매일 읽고 쓰며 사는 소박한 꿈을 꾸는중
팔로워
101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유하의 학교에서 배운 것 시처럼 술집에서 배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