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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n 15. 2019

대한민국 국가대표와 유동하는 혐오1. 엄살라와 음메페

U20 축구 월드컵 우승을 기원하는 칼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와 유동하는 혐오 1. 엄살라와 음메페      / 190615 홍대동 조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한국 20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팀의 연령별 월드컵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며, 그들이 우승컵을 들어보길 기원한다. 어떤 이는 연령별 월드컵은 유럽에서는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고, 제이든 산초나 킬리앙 음바페같은 최고 유망주는 나오지 않는 수준낮은 대회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 이하 월드컵은 리오넬 메시같은 전설적인 선수들이 출전해서 우승한 역사가 있는 대회이며, 솔직히 대회 시작 전 한국에서 그 누구도 한국팀이 결승에 진출가능한 전력이라고 예상한 이는 없지 않았는가. 부족한 축구환경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농담처럼 4강을 넘어 2강in 을 해낸 이 팀은 설사 우승에 실패하더라도 이미 2002 월드컵 대표팀처럼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영원히 기억될만한 팀이다. 

 스포츠는 정치적으로 중립이어야 한다는 말은 마치 대부분의 종교에서 살인하지 말라 계명을 외우듯이 익숙한 말이 되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스포츠가 항상 정치와 연관되어 있었다는 전제를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종교에서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인간은 그만큼 살인을 저질러 왔다는 것을 반증하듯이 말이다. 또한 올림픽같은 스포츠를 통한 국가 대항전은 흔히 국민-국가체제. Nation-State system를 강화시킬 뿐이고, 개인을 자율적 시민이 아닌 국민으로써 국가에 종속시킨다면서 진보 쪽에서 쉽게 비판받아왔다. 하지만 철학자 헤겔이 말한 것처럼 모든 존재는 자기 안에 이미 자기에 대한 부정성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역시 지네딘 지단이 우승멤버였던 98년 프랑스 축구대표팀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마에스트로. 팀의 지휘자인 지단은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 이민자 집안 출신이며, 축구팬은 모두 아는 아스날의 레전드 공격수 티에리 앙리는 프랑스인 하면 주로 떠오르는 유럽 백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흑인이다. 국민이나 민족으로 번역되는 네이션은 이렇게 자기 안에 이미 단일민족 신화에 대한 부정성을 품고 있는게 아닐까? 이를 한국의 상황에서도 적용해본다면 인종이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바로 옆 나라인 중국인과 일본인에 대한 혐오도 넘쳐나는 사회에 대한 대한 하나의 해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서 물론 유럽 프랑스와 아시아 한국의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고 반론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프랑스나 독일은 노동력을 수입하기 위해서 196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이슬람 이민자를 받았고 사실 그 이전부터 이미 여러 민족과 종교가 섞인 국가였다. 하지만 한국도 90년대부터 주로 동남아쪽에서 이민자를 받기 시작했고, 한국에서 태어나서 김치와 삼겹살을 먹고 한국어를 쓰는 이민자 출신 2세들이 이제 초등학교 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에도 분명히 다니고 있다. 단순히 meritocracy능력주의적인 관점으로만 생각해 보더라도, 그 중에서도 혹시 이미 월드컵을 우승한 공격수 음바페나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살라같은 세계적인 선수로 클 수 있는 원석들이 존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를 포함한 풋볼클럽 대한민국의 팬들은 항상 그런 세계적인 선수를 염원해오지 않았는가? 그래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진출하고 수많은 우승을 한 박지성을 해버지라고 부르며 추앙해온 것이 아니었던가? 대놓고 말하자면, 지금 한국의 축구대표팀이 프랑스 대표팀처럼 강해지길 원한다면 이슬람이든 누구든 더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한국의 젊은 축구팬에겐, 적어도 인터넷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대부분 살라같은 이슬람 종교인와 문화에 대한 거리감 내지는 혐오가 존재한다. 펨? 라던가 락? 같은 대형 축구사이트 커뮤니티에는 이슬람은 거의 덮어놓고 무조건 비판하는, 아니 근거가 있는 비판도 아니고 오로지 비난하고 까는 것이 이미 개그코드, 밈, 문화적 대세가 되어 있다. 그런데 우습게도 또 그 팬들은 이번 20세 이하 대표팀의 빠른 윙어 엄상원을 엄 살라 라고 별명을 붙인다던지, 성인 대표팀의 코리안 황소 황희찬을 음메페 라고 음바페처럼 별명을 붙인다. 

 이러니 커뮤니티에서 너희들은 혐오도 선택적 혐오를 하는 것이냐고 자아비판하는 글이 추천받고 베스트 게시글이 되기도 한다. 조금 진지하게 접근한다면 나는 이 현상을 혐오의 환승성 또는 유동하는 혐오라고 이름붙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에 정말로 살라와 음바페가 나오길 원한다면 이런 혐오라는 정서의 안개를 비판하고 걷어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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