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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n 17. 2019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와 유동하는혐오2. 여축과 김연아

20세이하 남자 월드컵 준우승과 이강인 골든볼을 축하하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와 유동하는 혐오2. 여축과 김연아      /     190617 홍대동 조커 칼럼


지난 글 1편 '엄살라와 음메페' 에서 나는 대부분의 한국 축구 팬들의 살라와 음바페같은 한국 국대가 필요하다는 소망이 엄상원과 황희찬을 엄살라와 음메페로 호명하지만, 이는 또한 평소 그들 대부분의 이슬람에 대한 거리감 또는 노골적인 혐오와 굉장히 모순적이라는 점을 짚어냈다. 이를 혐오의 환승성 또는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유동하는 공포나 리퀴드 러브 책의 개념을 빌려서 유동하는 혐오라고 이름지을 수 있을 듯하다. 허나 만약에 살라처럼 라마단을 지킬 정도로 이슬람 종교를 독실히 준수하면서도, 김치와 삼겹살 먹방을 찍으면서 영국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을 스물다섯에 찍는 한국인 선수가 나온다면, 어쩌면 그런 선수는 약간의 찬반 토론이 있더라도 결국은 항상 골 결정력 부재에 시달리는 국대에 승선하고야 말 것이고 월드컵에도 한국 대표로 나오고야 말지 않을까? 설사 리그 득점왕 까지는 어렵더라도 손흥민처럼 시즌 10골 이상을 꾸준히 해주는 선수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현실적으로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말도 안 되는 헛소리 마라. 한국에 난데없이 영국 득점왕 같은 그런 월드클래스 선수가 어떻게 나오냐. 축알못은 똥글 쓰지 말고 가서 피파 에펨 게임이나 하고 와라. 등등 나를 성토하고 비난하는 소리가 벌써부터 내 귓가에 들려오는 듯 하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보다 더더욱 드라마틱 하다는 것을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여러번 역사에서 스포츠에서 봐오지 않았던가? 한국이 2002월드컵 4강에 갈 거라고 누가 예상했으며 지난 18러시아 월드컵에서 당시 피파랭킹 1위 독일을 2대0으로 잡을 수 있다고 진지하게 예상한 전문가는 누가 있었는가? 아무리 객관적인 전력 분석과 데이터들로 예측을 할 지라도, 벤야민이 말한 것처럼 인간 사회의 역사는 물리법칙이 아니고, 미래는 예측불가능하게 열려 있는 부분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제 아쉽게도 우승하진 못했지만 20세 이하 대표팀이 준우승을 해냈고 이강인은 골든볼, 대회 최우수 선수라는 상을 받았다. 다섯살에 유상철 코치와 함께 슛돌이 예능을 찍던 그 아이가 발렌시아에 입단해서 연령대 대회 최고 선수상을 받는 것도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 아닌가. 미래에 대해서 단정지을 만큼 뛰어난 인간은 그 누구도 존재할 수 없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현실의 절망이 있는 만큼 미래에 희미한 희망도 인식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민족에 대한 혐오만큼이나 한국에서 기승을 부리는 것은 역시 여성 혐오일 것이다. 나는 우에노 치즈코의 저서에서 유래한 이 미소지니를 혐오라고 번역하는 것에 대해 오해를 부를 수 있기에 여성 멸시라고 번역하는 게 더 정확한 번역이라고 보지만, 이미 여성 혐오라는 말이 여혐이라고 줄임말이 사회적으로 널리 쓰일만큼 굳어진 표현이기에 일단은 여성 혐오라는 말을 이 글에서 쓰기로 한다. 스포츠 판에도 이런 여성 혐오는 아주 일상적이지 않던가? 사실 한국에서는 거의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하지만 지금 피파 주관 대회로 여성 월드컵도 진행중이다. 그리고 이 여성 월드컵에 한국 축구 대표팀도 출전했다. 이들의 기량에 대해서 한국 축구 커뮤니티는 거의 비난과 조롱 일색이다. 심지어 이들은 한국 남자 중학생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마디로 여자 대표팀을 자기가 10대 중고딩 시절에 볼 차던 것보다 못하다고 폄하하고 멸시하는 글이 베스트를 먹기도 한다. 그런데 이전 글에서 황희찬과 엄상원을 음메페와 엄살라 라는 별명으로 호명하는 것처럼, 여성 팀에서도 모순적으로 찬양받는 선수도 존재한다. 첼시 소속의 선수인 지소연이 바로 그런 선수다. 심지어 살라나 음바페보다도 윗 등급인 리오넬 메시에 비견되어 지메시라는 별명으로 그녀는 호명된다.


 이렇게 입맛대로 다 붙이는 선택적 혐오, 내가 명명한 대로라면 유동하는 혐오가 또 발견된다. 첼시 소속의 지소연 선수는 지메시라는 별명으로 내셔널리즘, 국뽕과 결합되어 호명되지만 여자 축구 대표팀은 남자 중학생만도 못한 피지컬, 실력이라는 모순적인 평가가 공존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지적 이전에도 사실 그렇게 한국 여자를 낮게 멸시하는, 시쳇말로 후려치는 작태는 너무나도 많이 발견되어 왔다. 설현이나 아이린같은 아이돌 가수에 대해 그렇게 찬양하고 무급 봉사나 다름없는 영업질을 하다가도 페미니스트로 의심되는 책 인증이나 멘트 한마디로 훅 돌아서서 쌍욕과 저주를 퍼붓는 우스운 작태는 축구사이트같은 남초 커뮤니티에서 일일히 세어보기가 어려운 수준이다.


 또 재미있게도 이렇게 여자 축구 대표팀을 중학생 수준이라고 멸시하는 게시물이 베스트로 등극하는 가운데 같은 페이지에 한 여성에 대해서 찬양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주로 amd의 ceo 리사 수 또는 올림픽 피겨 금메달인 김연아에 대한 글이다. 지소연이 지메시로 불리듯이, 둘 다 한 분야의 최고 정점에 오른 사람이라는 것은 누구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만약 김연아를 같은 종목의 남자 선수와 비교한다면? 김연아는 트리플 악셀같은 3바퀴 점프를 하면 최고 기술이라고 찬양받지만, 난 처음 남자 피겨 선수들 경기를 볼 때 그들이 4바퀴 점프를 하는 것을 보고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래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김연아에게 남자 선수처럼 4바퀴 점프를 못하니까 남자보다 훨씬 수준이 낮다고 깔아뭉개지는 않는다. 혹시 누가 시도하더라도 커뮤니티에서 관심도 못받고 비추폭탄조차 없이 그냥 싸늘히 사라지지 않을까? 여자 축구 대표팀과 김연아에 대한 이런 태도 차이는 대체 어디에서 유래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밝혀내려면 능력주의meritocracy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희미하게나마 희망적이게도, 살라의 리버풀 입단 이후로 리버풀 지역에서 이슬람에 대한 혐오 발언이나 공격이 절반가량 감소했다는 흥미로운 논문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역설적이지만 이 소식 또한 중국이나 이슬람에 대한 혐오 표현이 넘쳐나는, 전 글에서 언급한 그 거대 축구 커뮤니티에서 본 것이다. 이러니 내가 다른 글에서 벤야민의 곱추난쟁이를 통해서 민중의 이중성에 대해 말한 것처럼, 아무리 상황이 어렵고 절망적이고 패배주의에 빠져들지라도 우리는 패배를 기억하고 회상함으로써 과거에서 미래로 우회하는 사유를, 지적 허영에 들떠서 벤야민을 표현을 빌리자면 현재시간의 변증법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음에 쓰는 칼럼에서는 혐오는 대체 무엇으로부터 오는가에 대해, 최승자의 시 악순환을 인용해보며 혐오와 공포에 대해서 다뤄보기로 하자. End가 아닌 And로...





 악순환   /   최승자




근본적으로 세계는 나에겐 공포였다.

나는 독 안에 든 쥐였고,

독 안에 든 주라고 생각하는 쥐였고,

그래서 그 공포가 나를 잡아먹기 전에

지레 질려 먼저 앙앙대고 위협하는 쥐였다.

어쩌면 그 때문에 세계가 나를

잡아먹지 않을는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


오 한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문 쥐의 꼬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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