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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l 08. 2023

황혼무렵 시 한잔1 진은영-안주는 은주의 방

낮과 밤의 문턱에 들이키는 시의 감칠맛



연애의 법칙

    -진은영


는 나의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어제 백리향의 작은 잎들을 문지르던 손가락으로

나는 너의 잠을 지킨다

부드러운 모래로 갓 지어진 우리의 무덤을 낯선 동물이 파헤치지 못하도록

해변가의 따스한 자갈들, 해초들

입 벌린 조개비의 분홍빛 혀 속에 깊숙이 집어넣었던

하얀 발가락으로

우리는 세계의 배꼽 위를 걷는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포옹한다

수요일의 텅 빈 체육관, 홀로, 되돌아오는 쎈드백을 껴안고

노오란 땀을 흘리며 주저앉는 권투선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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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무겁지 않으면서도 참 따뜻한 말이다.

일면식도 없이 처음 본 사이에도 건넬 수 있는 인사.


참 사소한 인사부터 시작해서 우리는 어느샌가

서로의 목덜미를 어루만지고 서로의 잠을 지킨다

꿈을 꾸며 해초와 가리비를 지나 세계의 배꼽으로.


허나 그런 모험길이 순탄할 리가 없지

은주의 방같이 서로 십 년을 알고 지낸 사이라도

양말 너는 방법이나 라면 물양조절 같은 이유로

우리는 늑대처럼 서로 으르렁거리며 권투글러브를 찾는다 사각링의 진혼곡을 울린다...





그리고 내가 샌드백이었는지 권투선수인지 헷갈릴 때 즈음 눈물을 흘리며

늦게나마 정신을 차리고 한마디를 건넨다


'괜찮아?'


라고 쓰여 있고


'미안해, 사랑해'


라고 읽어야 하는 한 마디.


황혼 무렵에, cheers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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