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공감각에 대해서 배웠던 시간이 백석을 읽다 보면 다시 회상된다. 시각 미각 촉각등 여러 가지 감각이 동시에 작용하는 감각이 바로 공감각 특히나 글 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칠맛 나는 표현들, 훔치고 싶어지는 백석의 시구
시인들의 시인이라고도 불리는 백석은 다들 알다시피 이북 함경도 출신이다. 해방 이후에도 북한에서 가족들과 살다가 생을 마감했고 그래서 반공이 국시이던 군사정권 시절엔 언급 자체가 빨갱이 소리나올까봐 불가능했던 그 시인.
허나 문민정부 이후에 그는 한국 시의 역사이자 대표적인 시인으로 복권되었다 아니 대표적인 게 아니라 한국 시인의 대명사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 이전 글에 다룬 박 준같이 2000년대에 등단한 젊은 시인도 평단과 대중의 주목을 동시에 받게 되면 제2의 백석 같은 칭호를 받으며 통영같이 누가 봐도 백석이 생각나는 모티프의 시를 쓰는 경우가 대표적이아닐까
이 고방 시에 대해선 굳이 구구절절 자세한 해설도 사족에 불과할 것이다. 이북에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백석의 이 시만 읽어도 송구떡과 찹쌀탁주와 두부산적으로 한상 마시고 싶어 진다는 감상만으로 차고 넘치지 않을까. 이런 백석의 놀라운 표현력은 수십 년째 대한민국 대표 만화가인 허영만 화백의 식객을 떠올리게 한다.
상견례 자리에서 처음 만난 사돈사이. 그런데 한쪽은 이런 양식을 처음 먹어보는지 마치 막걸리 마시듯 호쾌하게 와인을 벌컥벌컥 마시고 스테이크를 고깃집 삼겹살 먹듯이 한 번에 다 잘라서 우걱우걱 먹는다. 마치 인터넷 먹방을 보는 듯한 굉장한 먹성. 뭘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고민될 만도 한데 신랑 측 부모는 파격적인 반격에 나선다.
신부 측 못지않게 신랑 측 아버님도 처음엔 한 점씩 고기를 잘라먹다가 자신도 먹방에 지지 않는다는 듯 푸드파이터처럼 신나게 먹으며 맞장구를 쳐준다. 심지어 사돈님께 한수 배웠수다 라며 사투리까지.
그것은 자칫 서양식 예절로는 예의없게 보일 수도 있지만, 허례허식 없이 있는 그대로 서로를 편하게 맞이해 준다는 동양식 예절에 가장 적합한 예법을 아버님이 실천하는 게 아닐까.
급하게 먹고 한잔 마시니 북쪽 사투리까지 살짝 나오는 이북출신으로 충청도에 내려와 자리잡은 아버님.충청도가 고구려 백제 신라의 다툼 중간에 낀 요충지였기에 충청도 사투리와 민심은 알아먹기 힘들다는 썰도 있지만, 그것은 달리 해석하면 충청도 인들이 자기중심적이지 않고 타인에 맞춰서 부드럽고 유연하게 대응이 가능한, 현대적인 섬김의 리더십과 인품을 갖춘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