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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Feb 22. 2024

글쓰려다 고양이만 생각난다면 벤야민의 주유소로

비대해지는 머리에 매일 기름 쳐주기


오늘도 글을 써보려다 자꾸 머리통만 커진다


원래 쓰려던 글을 쓰다가 기대치에 안맞고 영 내가 봐도 별로인 결과물이 나와서 세번째 쓰레기통으로 처박다 보면 그저 고양이만 쓰다듬고 싶어진다.





그래서 만화카페로 가서 만화냥이를 쓰다듬어본다. 약간 마음이 진정되고 좋은 글을 써야한다는 압박감에서 자유로워진다. 아마 좋은 작가들은 좋은 글을 쓰는 방법 만큼이나 누구나 각자의 긴장을 푸는 방법이 다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독일의 비평가이자 철학자 벤야민이 떠오른다. 무겁고 진지한 비평가이지만 누구보다도 경쾌한 산책같은 메모도 많이 남긴 그런 글쟁이.




벤야민 자신도 독일 대학에서 문학을 배웠고 비평을 쓰지만 문학의 테두리를 넘어 실천과 글쓰기가 일치해야만 문학이 생산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글은 비평집이나 논문이 아니라 잡지 기사나 포스터같은 신속한 언어의 순간포착능력이 필요하다는 이 짧은 글은 마치 21세기 트위터같은 sns글쓰기를 예언하는 듯하다.


이런 신속한 짧은 글이 엔진, 즉 사회의 핵심 중심부가 아니라 숨겨져 있는 대갈못과 이음새에 기름을 뿌리는 일이라고 강조하는 벤야민처럼 그저 글 하나로 세상을 디 바꾼다고 무리한 욕심 또는 망상에 시달릴 필요는 없고 그런 시대는 지나간 지 오래되었다. 지금 시대의 글쟁이는 그저 별것 아닌듯이 숨겨져 있지만 사실은 핵심 엔진만큼이나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사소한 주변을 윤활시키는 조그만 글과 기록을 계속 남기고 연습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연습을 계속하는 사람만이 결국 정말로 한 분야에서 조금 더 나아간다...


딱 그 정도로만.


문학의 울타리를 넘어 생산적인 글과 삶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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