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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Feb 24. 2024

똥과 순환. 인간의 인분은 어떻게 학문이 되는가 1

더러움이 아닌 생명의 순환에 대하여



도서관 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길냥이의 끙아 하는 모습. 그리고 또 우연의 우연이 겹쳐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만난 인분지리학 책. 연구나 학문의 대상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한 똥을 주제로 한 논문과 연구서라니 지리학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지만 제목만으로도 흥미가 돋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프롤로그, 책의 서문에서부터 꽤 도발적인 문장을 독자에게 던진다. 만화 식객에서 보았던가 프랑스의 한 문인이 네가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네가 누구인지 말해주겠다고. 만약 그 말이 진실이고 어떻게 먹는 것이 하나의 자아실현이라면, 그런 식사와 뗄 수 없는 동전의 반대편 같은 관계인 배변 또한 자아실현의 일부라고 봐도 절대 무리가 아닐 듯하다.


또한 일본의 70세 이상의 노인들은 여전히 일본식에서 서양식 화장실로 바꾸길 꺼린다는데, 그 이유가 단순히 익숙함을 벗어나기 싫어서가 아니라 자기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워서라니, 나는 도서관에서 무릎을 치며 이름도 모르는 그 일본의 노인분에게 공감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툭하면 장이 아파서 등굣길에도 화장실을 가다가 지각하기도 하고 지금도 종종 출근길 지하철에서 배가 아파서 급히 내리는 걸 출근시간에 미리 산정해놓는 나. 그렇기에 똥, 배변행위를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체크한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고 서문부터 이 책에 빠져들었다.




분명 어른이 되고 나이를 먹으면서 똥은 대화의 주제로 쉽게 올라오는 소재가 점점 더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분명 똥 이야기는 국가 민족을 불문하고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며 3초 안에 웃음이 빵 터지게 하는 최고의 명검이다. 책에 언급된 똥 드릴은 나는 읽어본 적 없지만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라는 책은 분명히 내가 어릴 때 읽어봤었다. 또 최근에도 서점에서 제목을 본 기억이 생생한 걸로 보아 네다섯 살 때부터 유튜브와 스마트폰을 보는 요즘의 아이들도 꾸준히 찾아보는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임에 틀림없으리라.


여기서 저자는 중요한 고찰을 덧붙인다. 똥은 아이에게 가장 먼저 만나는 가장 친숙한 자신이자 '타자'라고. 분명 내 몸의 일부였던 존재지만 나와 완벽히 분리되어 외부로 내보낸다는 점에서 독일의 철학자 헤겔 할배가 말하던 타자의 정의에 완벽히 부합하는 예시가 아닐까. 이 똥이라는 타자는 나에게 낯선 존재이지만 또한 분명 내 몸 속에 있었던 나의 일부였기에 친숙한 이중적인 존재다.


 마치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어머니가 자식을 어여삐 여기듯 우리도 똥을 그렇게 여기는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건 아닐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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