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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Mar 13. 2024

검은 흉기 검술은 살인술 하지만...?- 도서관보물찾기

배트맨 이전 내 어릴적 불살의 영웅 칼잡이 발도제



도서관에 만화책이 들어온 건 언제부터일까?


아마 가장 처음엔 마법천자문 같은 어린이용 학습만화가 물꼬를 트고, 그 뒤에는 허영만의 식객이나 미생 같은 기존 만화에 대한 편견을 부숴버리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대작들이 두번째가 아니었을까. 그 뒤로는 세번째로 아에 만화 전담 구역이 따로 생기는 도서관도 종종 보게 된 듯하다


처음 한번은 우연일 수 있지만 두번째는 규칙 세번째는 필연성의 영역이라고 어딘가 철학책인가 소설에서 본듯도 하다. 아마 한때는 동네 구역구역마다 있었던 만화 비디오 대여점이 시대의 파도에 쓸려내려간 것도 도서관에 만화책들이 들어선 것과도 무관하진 않을 듯하다. 그리고 이렇게 새로이 들어선 만화책 중에서 꽤나 이질적인, 하지만 굉장히 반가운 뺨에 십자 칼자국이 강렬한 낡은 검잽이를 마주쳤다.




메이지 유신 이후 1880년대의 도쿄.


폐도령의 시대 정처없이 떠도는 붉은머리의 검객.


칼은 가지고 다니지만 사람은 못 베는 역날검.


표정은 자꾸만 헤벌레 웃고만 다니는 샌님.


그저 하루 머물고 밥 얻어먹을 곳을 찾아다니다가


카오루라는 여자 사범대리의 도장에 머무르는데




이 카오루라는 검술도장 사범대리는 안 그래도 폐도령이 내려진 시대인데 자신의 검술은 사람을 살리는 검이라는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며 도장을 운영중이었다. 당연히 이런 미래없는 도장의 문하생은 단 한명도 없었고, 카오루 도장은 사기꾼에 의해 땅이 팔아넘겨질 위기에 처하자 떠돌이 검객이 나선다.




검은 흉기고 검술은 살인술. 아무리 포장해봐도 이건 시대를 막론하고 명백한 진실이지만 자신은 그따위 진실보다도 사람을 살리는 검이라는 어눌한 잠꼬대를 더 좋아한다며... 그리고 그런 잠꼬대같은 소리가 진실이 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고. 중학생때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만화방 구석에서 열심히 보던 이 바람의 검심의 명대사 덕분에 난 일본만화의 세계에 처음으로 빠져든 게 아닐까.



 드래곤볼이 먼저였을까 바람의 검심이 먼저였을까 그건 이젠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손오공과 발도제 켄신 둘다 내 어릴적 영웅인 건 틀림없다. 나이먹고 20년만에 다시 보니 조금 어색하거나 유치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당연히 있지만 그래도 그 전쟁의 전화를 겪고서 불살의 맹세를 타인들에게 관철시키는 영웅의 풍채는 다시봐도 멋지다...


 도서관에서 오래된 보물 나의 소중한 영웅을 또 만나서 너무나 눈부셨던 평범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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