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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Mar 27. 2024

히틀러 패러디와 먼나라 이웃나라-스샷 에세이

원본은 삭제되어도 패러디로 불멸하기



지난 글에서 말했듯이 먼나라 이웃나라 구판은 역사만화의 선구자였지만, 80년대에 작가 개인의 유학생활 지식에 기반한 만화이기에 수많은 자잘한  역사적 오류와 연출적 과장 축소가 들어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장면은 역시 도이칠란드 독일 편에서 히틀러의 인종차별에 대한 부분이리라.



히틀러가 게르만 아리아인 제일주의를 외치고 인종차별을 한 것은 물론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적 상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일인 외의 모든 인종을 다 차별하고 심지어 모조리 죽인다고 한다면 이런 미친 정치를 받아들일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며 정복한 속국 식민지 통치는 과연 어떻게 가능이나 할까.



한국인 입장에서만 생각해봐도 2차 대전 일제강점기 당시 마라톤에 출전한 손기정 옹이 우승하자 히틀러가 직접 금메달을 수여하며 그대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자 라며 상찬했다는 이야기는 상식 수준으로 굉장히 유명하지 않나? 히틀러가 동양인은 다 죽이려는 극단적 인종차별자인데 올림픽이니까 연기라도 한 걸까? 그리고 동양인 국가인 일본과 라틴계 인종이 많이 사는 이탈리아가 독일과 함께 2차 대전 동맹 전범국이라는 것도 세계사 시간에 졸지 않았다면 너무나 당연히 알고 있는 사항이다.




출판사와 이원복 작가 본인도 이런 비판을 의식했는지 여러 가지로 수정을 해보다가 2018년 새 판본에서는 해당 장면을 아예 통째로 날려버렸다고 한다. 만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역사만화라도 어느정도 과정은 있을 수도 있지만 위 장면은 과장 정도가 아니라 사실 왜곡에 가깝기에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만화의 첫 판본은 20세기였지만 지금은 패러디와 기술복제의 시대인 21세기. 그림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그리지 않아도 손쉽게 부분복사와 붙여넣기가 가능한 기술의 시대이기에 원본에선 사라질지라도 디지털의 세계에선 조금씩 달라지면서 끝없이 새 생명을 얻는다



마피아와 결탁한 고담 시티의 경찰, 검사, 정치인 등등은 도저히 믿을 수 없으니 더 이상 법과 공권력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 무장해서 자신과 도시를 지키라고 선동하는 배트맨. 이 그림을 하나하나 그린 정성어린 패러디가 재밌는 점은 물론 작가마다 배트맨에 대한 해석은 다를 수 있지만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로도 유명한 일반적인 배트맨 해석과는 달라지기에, 이 짤방 자체가 원본처럼 비판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원본의 문제점을 알기에 패러디도 그걸 노린 걸지도.






이 너의 이름은 더빙편 패러디는 배트맨 편과는 달리 원본 그림을 거의 손대지 않고 거의 대사만 바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더빙에 전문성도 경험도 부족한 배우를 기용해서 흥행이 망해버린 너의 이름은 더빙판을 비판하는 게  물 흐르듯 매우 자연스럽고 적합하다. 그 이유는 아마 원본 자체의 만화적 구도 프레이밍이 워낙 우수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순재의 업이나 주먹왕 랄프의 정준하 더빙은 배우 더빙인데도 이쪽 경험이 풍부하기에 굉장히 성공적인 더빙으로 평가되며, 한국 프로 성우들의 실력은 말할 나위없이 세계적이다. 원신같이 지금 세계적으로 흥행 중이며 수십 개의 언어 더빙을 제공하는 글로벌 게임을 다른 문화권 게이머들이 한국어 더빙이 일본어 못지않게 자연스럽고 멋지기에 불만족스러운 자국 언어 더빙보다 오히려 한국어 더빙을 택하는 국뽕스러운 영상을 유튜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듯이.


이 글에서는 단 두 가지만 다루었지만, 구글 검색이나 나무위키 목록만 보아도 먼나라 이웃나라 패러디는 끝없이 리메이크되며 영원불멸에 가까운 생명에 다가가고 있다. 무언가를 알리고 싶거나 비판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단순히 글로만 쓰기보다는 이러한 이미지를 덧붙여보는 게 어떨까. 누가 뭐래도 21세기는 이미지와 영상의 시대라는 걸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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