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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l 02. 2019

회상일기 070712 자작 시-청춘이라는 기차표를 사러

반백수 이상하 070712 12년 전의 기억 더듬기




 청춘이라는 기차표를 사러  

                                                      / 이상하 070712




추석연휴 전날
영등포역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KTX 영화관람석을 예약하러 간 그대와 나.
필시, 주연 얼굴과 감독 이름이
나오자마자 떠밀리듯이 내린 우리는
서울역 지하ㅡ미궁을 헤메다가
딱히 여긴 안내원의 친절을 따라
해운대역으로 중간정차없이 출발해버리는
느리디 느린 무궁화호 기차표를 쥐고 있을 것이다
열시간 육박하는 기차기행동안
꼭 승무원이 파는 미지근한 맥주가 눈에 들어오고
홀짝홀짝 마시고서 골아 떨어져
한번쯤은 이름도 모를 옆자리에
메텔 철이와 만나는 꿈도 꾸지 않았을까

새벽녘에 텅빈 열차에서 눈을 뜨면
나눠엎은 모포를 바닥에 걷어차고서
찌뿌둥한 기지개를 켜는 찰나에 덜컹,
눈부신 햇살을 타고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ㅡ지금 타고 계신 열차는 연평 연평도역을 거쳐서
백두산이 종착역인 통일통일호 열차입니다
황망해하며 서로 얼굴을 쳐다보다가
어느새 또 바뀌어있는
호주머니속 마법의 기차표를 도로 구겨넣고서
씨익 미소를 지어보는,
그런게 바로 나의
그리고 그대의






/



무려 12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본다


07년 여름에 난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채


방바닥보다 깊숙한 이불 속을 헤매었다


그때는 지금은 서거하신 그분이 아직 대통령이었고


그래도 십년 뒤에는 평양에 경의선타고 갈수도


어쩌면 백두산도 기차타고 갈거라 상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꿈이었고 그 다음해는 악몽이었다.


그리고 십년이 지났다. 놀랍게도


나도 변하고 한국 대통령도 미국 대통령도 변했다.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으면서 무슨 상상을 했을까?


평양에도 맥도날드와 트럼프 호텔이 열리려나


아니면 이 또한 내년 선거를 위한 거대한 쇼일까


하지만 애초에 빵과 서커스 없이 정치가 가능했나


서커스라는 방부제가 평화의 유통기간 임시연장을


미국 경제협력이라는 빵이 궁극의 종전선언을


내가 이런걸 기대할 줄은 12년 전엔 전혀 몰랐으리.


그러니. 이토록 재밌는 세상아닌가.


인생은 좀 더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 항상. 이미.


미래는 정해져있거나 목적이 정해진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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