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전날 영등포역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KTX 영화관람석을 예약하러 간 그대와 나. 필시, 주연 얼굴과 감독 이름이 나오자마자 떠밀리듯이 내린 우리는 서울역 지하ㅡ미궁을 헤메다가 딱히 여긴 안내원의 친절을 따라 해운대역으로 중간정차없이 출발해버리는 느리디 느린 무궁화호 기차표를 쥐고 있을 것이다 열시간 육박하는 기차기행동안 꼭 승무원이 파는 미지근한 맥주가 눈에 들어오고 홀짝홀짝 마시고서 골아 떨어져 한번쯤은 이름도 모를 옆자리에 메텔 철이와 만나는 꿈도 꾸지 않았을까
새벽녘에 텅빈 열차에서 눈을 뜨면 나눠엎은 모포를 바닥에 걷어차고서 찌뿌둥한 기지개를 켜는 찰나에 덜컹, 눈부신 햇살을 타고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ㅡ지금 타고 계신 열차는 연평 연평도역을 거쳐서 백두산이 종착역인 통일통일호 열차입니다 황망해하며 서로 얼굴을 쳐다보다가 어느새 또 바뀌어있는 호주머니속 마법의 기차표를 도로 구겨넣고서 씨익 미소를 지어보는, 그런게 바로 나의 그리고 그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