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거창한 대의,목표가 아니라 그저 잘 먹고 잘 쉬는 휴일 며칠이라는 소박한 꿈을 품고 오늘 하루를 이번주를 버틴다
그치만 토요일 휴일 아침이 밝았음에도 우리는 벌써 월요일이 두렵고 불안하다. 그래 사실 이미 한국인들은 알고 있다. 휴일은 너무나도 빨리 스쳐지나갈 것이며 월요일은 이미 우리의 목젖까지 칼날을 들이밀고 있다는 현실을. 그래서 우리는 쉬는 날도 '잘' '열심히' 쉬어야 한다는 요상한 '좋은 휴식 고민'으로 몇시간씩 흘려보내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오늘도 도서관을 방황하다가 책 두권을 골라냈는데 공교롭게도 이 둘 사이의 테마가 묘하게 겹쳐진다. 표지부터 번 아웃으로 불타버린 인문잡지 한편과 허영만의 만화 식객 24권이었다. 식객에서 한 의사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과 수입이 있지만 그는 툭하면 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빚 걱정에 그저 요트를 타고 탈출할 생각뿐이다. 언젠가는 자기 소유의 보트를 꼭 장만하고 말겠다는 그의 로망이 오늘도 의사 한 명을 버티게 한다. 아직 가지지도 못했지만 마치 아이 태명을 미리 정하듯 보트 이름도 탈출이라고 이미 지어놓았다.
자기는 휴일도 거의 없이 매일 원장으로서 병원을 관리하는데 자기 와이프는 혼자서 유럽여행을 가고 싶다느니 하며 불평을 하자 의사는 분통이 터진다. 그래도 이번 주말은 오랜만에 같이 보내기로 한 와중에 의사는 아는 선장님이 먼 굴업도까지 요트를 타자고 제안하니 아내와의 선약도 제치고 바로 옳다구나 신나서 계획을 잡는다. 가족도 직장도 상관없이 이런 오지로의 탈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상적이고 멋진 휴일의 모범이라고도 할 만하다. 하지만 정말로 그게 '휴식' 일까? 인문잡지 한편의 쉼 호는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한다
다들 어떻게 쉬나요?
흔히 유럽같은 외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나가서 에펠탑이나 베를린광장같은 관광 명소를 두루두루 쉴틈없이 구경하고 사진찍는 일정의 연속. 그것을 우리는 지금 시대에 우리가 선망하는 휴가라고 부른다. 하지만 정말로 그게 휴식이었을까? 사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과 같은 공간을 보내는 시간들은 너무 긴장될 수밖에 없는건 아닐까? 진짜 휴식은 내가 아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고 온몸의 긴장을 풀고 느긋이 릴랙스 하는 시공간이 아닐까.
물론 사람마다 삶의 방식이 다르듯이 진정한 휴식의 방법과 고민도 다를 수 있다. 인문잡지 한편 14호 쉼은 바로 그런 각자의 휴식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는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그저 서울의 떠나는 기차에 몸을 싣고 일기쓰는 시간 자체를 쉬는 시간이라 말한다. 또 다른 작가는 '기르기'에 주목하며 텃밭을 가꾸는 소중함에 대해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서울과 베를린을 왕복하는 와중에 '곧바로 응답하지 않기' 라는 연락의 스트레스를 차단하고 관리하는 방식에 대해 말한다. 이 각자의 이야기들은 휴식은 곧 무언가를 비우는 활동이라는 것과도 연결해볼 수 있으려나.
어쩌면 그저 멍하니 유튜브나 드라마를 보고 있거나 생산성은 제로에 가까운 온라인 게임의 반복 노가다 사냥을 하는 시간, 그리고 지금 이렇게 자기변호에 가까운 찌질하기 쉬운 글을 주절주절 적고 있는 시간 조차도, 사실은 노동과 인간관계들에 지쳐있는 자기 자신을 돌봐주고 스스로를 비워주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뭐가 진짜 휴식인지 어떻게 잘 쉬어야 다음주 월요일을 잘 버틸지 고민하기보다는, 그저 자기만의 위한 작은 시공간을 선물하는 연습을 살짝 해보는 게 어떨까.
푸른 숲에 둘러싸인
노란 물결의 파도가 치는 작은 황해
그 노랑 바다를 쓰다듬으며 웃음을 짓듯이
Ps.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드립니다
10년 전에 독서모임에서 한강 작가님의 시와 소설 소년이 온다로 모임을 가지고 한잔했던 추억이 다시금 새롭습니다. 이는 한국 문학사의 경사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