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무언가
여름에 가까워지는 오월이 끝나질 않는다
그러니 한강을 걸어볼까 빛의 고을까지 걸을까
엊그제밤 시작된 찜통 열대야를 잠시 식혔다가
미뤄놨던 오월의 숙제를 꺼내볼까
십년만에 읽다 덮은 한강의 그 책을 다시 펼친다
사진보다도 생생한 글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런 질문에 한강은 80년 오월의 광주로 답한다
몸서리치게 아프고 끔찍한 그 오월의 열흘
십 년 전에 내가 읽다 덮은 그 열 페이지
꾸역꾸역 땀에 젖은 문장을 넘기고 넘긴다
신형철 평론가가 뒤표지에 말하듯 마음의 준비를 마친 사람들조차 휘청거리는 글의 범람.
오월 광주라는 홍수에 난 이번에도 쓸려나가듯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지만
그래도 제목을 부표 삼아 살짝 떠오른다
80년 5월 27일 전남도청에 총을 들었던 한 소년...
도청 그들은 계엄군이 오고 있는데 왜 남았을까
명확한 이유는 지금도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 어쩌면 바로 그것만이 인간의 존엄이다
죽음이 턱끝까지 닥쳐옴에도 지켜야만 하는 것
생명 자유 이런 존엄들에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
그들은 그저 안타까운 희생자가 아니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작은 자유를 위해 먼저 싸웠던
그리고 그들이 빛이 비치는 쪽으로 걸으라 한다
다 읽고 천천히 물가를 나오는 길
총총히 걸어오는 한 생명과 마주친다
눈인사를 하고 또 각자의 길로 걸어간다
어쩌면, 난 잠시 한 소년의 영혼을 보았을까
미래에 또 올 소년을 기다리며
오월너머 6월 3일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