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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l 05. 2019

인문학 두쪽읽기 니체10-촛불. 이스크라. 새로운 우상

두쪽읽기 190705 새로운 우상


새로운 우상에 대하여 79-84p

아직도 어딘가엔 민족들이 있고 인간 무리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형제들이여, 우리 주변 이야기는 아니다. 여기에는 국가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으니.


국가라고? 그게 무엇이지? 좋다! 나 이제 민족들의 죽음에 대하여 나의 말을 하려 하니 귀를 기울이도록 하라!


국가는 온갖 냉혹한 괴물 가운데서 더없이 냉혹한 괴물을 일컫는다. 이 괴물은 냉혹하게 거짓말을 해댄다. 그리하여 그의 입에서 “나, 국가가 곧 민족(nation)”이라는 거짓말이 기어나오는 것이다.


그것은 거짓말이다! 민족을 창조하고 그 위에 하나의 신앙과 하나의 사랑을 제시해온 것은 창조하는 자들이었다. 저들은 이렇듯 생에 이바지해왔다.


많은 사람들 앞에 덫을 놓고는 그것을 불러 국가라고 하는 자들이 있는데, 절멸자들이다. 그런 자들은 저 많은 사람들 위에 한 자루의 칼과 백 개나 되는 욕망을 내건다.


아직 민족이 있는 곳에서 민족은 국가를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하여 그것을 사악한 눈초리, 그리고 양속과 율법에 반하는 죄악으로 간주하여 미워한다.


나 너희에게 이 표지를 주어 말하노니, 그것은 저마다의 민족이 선과 악에 대한 저들 고유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이웃 민족은 이해하지 못한다. 저마다의 민족이 자신들만의 양속과 율법의 전통 안에서 자신들만의 언어를 만들어냈으니.


국가는 선과 악이라는 말을 다 동원하가며 거짓말을 해댄다. 국가가 무슨 말을 하든 그것은 거짓말이다. 국가가 무엇을 소유하든 그것은 그가 훔친 것이고.


국가는 매사에 거짓스럽다. 물어뜯는 버릇이 있는 국가는 훔친 이빨로 물어뜯는다. 심지어는 그의 오장육부조차도 거짓스럽다.


선과 악에 대한 언어적 혼란. 이 표지를 나 국가의 표지로서 너희에게 제시하는 바이다. 진정 이 표지가 함축하고 있는 것은 죽음을 향한 의지렸다. 진정, 그것이 저 죽음의 설교자들에게 추파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많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태어났다. 국가는 바로 존재할 가치가 없는 자들을 위해 고안된 것이다!


보라, 어떻게 국가가 이들 많은-너무나도-많은-자들을 꼬드기는 지를! 어떻게 국가가 저들을 입에 넣고 씹고 되씹어되는지를!


“이 땅에 나보다 위대한 것은 없지. 나 질서를 부여하는 신의 손가락이니까.” 괴수는 이렇게 포효한다. 그러면, 귀가 긴 자와 근시안적인 자만이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니다!


아 위대한 영혼들이여, 국가는 너희에게조차 저 음험한 거짓말을 속삭이고 있구나! 아, 국가는 자기 자신을 아낌없이 내주는 그런 풍요로운 심중을 꿰뚫어 보고 있으니!


그렇다. 국가는 저 낡은 신을 극복한 너희까지도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다! 너희는 싸움에 오래 지쳐 있고, 지친 나머지 새로운 우상을 섬기게 된 것이다!


국가라고 하는 이 새로운 우상은 자신의 주변에 영웅들과 영예로운 자들을 들러리 세우고 싶어하지! 떳떳한 양심의 햇볕을 쬐고 싶은 것이다. 이 냉혹한 괴물은 말이다!


너희가 그에게 경배만 한다면 이 새로운 우상은 너희에게 무엇이든 주려 들 것이다. 국가는 이와 같이 너희 덕의 광채와 너희의 자랑스러운 눈길을 매수하는 것이다.


너희를 미끼로 하여 많은-너무나도-많은-자들을 낚아 올리려 하는 것이다! 그렇다. 그러기 위해 지옥의 곡예가 거룩한 영예로 치장을 하고는 쩔렁쩔렁 방울 소리를 내는 죽음의 말(馬) 이 고안된 것이다!


그렇다. 그 스스로가 생명에 이르는 길이라도 되는 양 떠벌리는 죽음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고안된 것이다. 진정 그것은, 죽음을 설교하는 모든 자들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온 봉사렸다!


선량한 사람 고약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독배를 들어 죽어가는 곳을 나는 국가라고 부른다. 선량한 사람 고약한 사람 가리지 않고 모두가 자기 자신을 상실하게 되는 곳을 나는 국가라고 부른다. 그리고 모두가 서서히 자신의 목숨을 끊어가면서 그것을 불러 “생”이라고 말하는 곳, 그곳을 나는 국가라고 부른다.


여기 존재할 가치가 없는 자들을 보라! 저들은 창조하는 자의 업적과 현자들의 보물을 훔쳐낸다. 저들은 저들의 도둑질을 불러 교양이라고 하지. 그리하여 저들에게 모든 것이 병이 되고 재난이 되고 만다!


여기, 존재할 가치가 없는 자들을 보라! 저들은 자나깨나 병들어 있다. 저들은 자신들의 담즙을 통해내고는 그것을 불러 신문이라고 한다. 저들은 서로를 게걸스럽게 먹어대기는 하지만 제대로 소화시키지는 못한다.


여기 존재할 가치가 없는 자들을 보라! 저들은 부를 축적하는데도 더욱더 가난해지고 있다. 저들은 권력을 원하며 그 무엇보다도 먼저 권력의 지렛대인 많은 돈을 원한다. 이 무능한 자들은!
저들 잽싼 원숭이가 기어오르는 꼴을 보라! 앞을 다투어, 서로를 타고 넘어 기어오르려다 서로를 진흙과 나락으로 끌어내리고들 있으니. 모두가 왕좌에 오르려 하는 것이다. 마치 행복이라는 것이 왕좌에 있기라도 한 듯, 정신나간 짓들이다! 흔히 진흙이 왕좌에 앉아 있기도 하고, 왕좌 또한 진흙에 앉아 있기도 하거늘.


저들 모두는 정신 나간 자요 기어오르는 원숭이이자 너무도 격렬한 자들이다. 저들의 우상인 저 냉혹한 괴수가 고약한 냄새를 내뿜고 있구나. 여기 우상 숭배자들도 하나같이 고약한 냄새를 내뿜고 있고.


형제들이여, 저들의 주둥아리와 탐욕이 내뿜고 있는 입김 속에서 질식한 셈인가! 차라리 창을 깨고 밖으로 뛰쳐나가라!


악취에서 벗어나라! 존재할 가치가 없는 자들이 벌이고 있는 우상 숭배를 멀리하라!
악취에서 벗어나라! 이 인간제물들이 내뿜는 후덥지근한 김을 멀리하라!


위대한 영혼들에게는 아직도 대지가 활짝 열려 있다. 주변에 조용한 바다의 내음이 감도는 자리가 홀로 있는 자와 둘이 있는 자를 위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위대한 영혼들에게는 아직도 자유로운 삶이 열려 있다. 진정, 적게 소유하는 있는 자는 소유되는 일도 그만큼 적을 것이다. 복 있나니, 조촐한 가난은!
국가라는 것이 끝나는 곳, 거기에서 존재할 가치가 없지 않은 사람들이 비로소 시작된다. 그리고 꼭 있어야 할 자들의 노래, 단 한번뿐이며 다른 것으로 대신할 수 없는 멜로디가 시작된다.


형제들이여, 국가가 끝나고 있는 저쪽을 보라! 무지개와 위버멘쉬에 이르는 다리가 보이지 않느냐?




/


 니체는 이번 글에서 새로운 우상에 대해서 말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우상이라는 국가 이전엔 어떤 우상이 있었을까? 가장 대표적인 우상으로는 베이컨 4대 우상이 있으며, 문헌학자이기도 한  니체가 우상에 대해서 쓰면서 베이컨의 종족, 동굴, 시장, 극장 4대 우상론을 아에 몰랐으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를 간단히 설명해보자면


종족의 우상이란 꽃이 바람에 흔들거리며 나에게 인사를 한다는 말처럼 모든 것을 인간 중심적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말한다.


동굴의 우상이란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 세상을 모르는 것처럼 자기만의 동굴에만 있던 사람이 모든 것을 자기의 편견으로만 판단하는 오류다.


시장의 우상이란 평화를 위한 전쟁 이라는 말처럼 상품과 화폐를 주고받는 시장에서 이런저런 근거없는 소문을 듣다보면 실체가 없는데도 이름이 있다는 이유로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오류를 말한다.


극장의 우상이란 '플라톤이 이렇게 말했으니까' 처럼 권위나 전통에 기대서 세상을 판단하다가 생기는 오류다. 사실 별볼일 없는 헛소리꾼인데 그 사람을 정장을 입혀서 극장의 단상에 세우면 뭔가 대단한 명언으로 들리듯이.


니체는 이런 4대 우상 외에도 국가라는 새로운 우상을 말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1648년 길었던 30년 전쟁이 끝나고 유럽의 국가들 사이에 국경선을 그었던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로,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상비군과 관료제로 정비된 근대적 국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홉스 로크 루소로 대표되는 사회계약설의 철학자들은 각자 이견은 있지만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위한 더 나은 체제라는 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니체는 바로 이런 통념에 반기를 드는 것이다. 국가는 냉혹한 무나 냉혹한 괴물이며, 항상 거짓말을 해대며 심지어 그 존재이유는 존재할 필요가 없는 자들을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이런 니체의 단언은 논의할 필요도 없이 굉장히 폭력적인, 언어 폭력 그 자체다. 하지만 단순히 니체를 폭력적이라고 비난하는 쉬운 길 보다는 왜 니체가 이렇게 폭력적으로 말하는지를 한번 생각해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번 새로운 우상 장을 읽으면서 마이러브 까꿍으로 유명한 이충호 작가의 09년작 웹툰 이스크라의 1화를 떠올렸다. 여기서는 1화부터 등불이라는 노골적 상징, 아니 사실상 08년의 촛불 그 자체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런 촛불로는 하늘의 높으신 분들께 들리지도 않으니 미온적이고 불충분하다, 더 강력한 수단을 써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당장 이 불온한 촛불을 끄고 저 위대한 하늘을 향해 불충을 용서받고 반성해야 한다는 사람도 존재한다. 니체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일갈하는 사람은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이런 논쟁 와중에 녹색머리 꼬마, 후에 108영웅들의 역사를 쓰게 되는 공손승은 저기요 로 조그맣게 시작해서 거대한 의문을 던진다. 왜 하늘의 사람들이 땅에 사는 우리를 지배하냐고. 자기 생각엔 대지에 사는 사람들을 지배하는건 대지에서 사는 사람들 중에서 뽑는게 맞을 것 같다고. 실로 니체의 사상과 부합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허나 이런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하늘에서는 군대를 투입하고, 무력 진압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무수히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모든 것을 하늘의 뜻에 맡겨야 한다고 말하던 촌장조차도.



 이런 촌장은 니체가 이전 장에서 강력히 비판한 죽음을 설교하는 자들과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자기 자체인 신체를 죽이면서까지 불충을 용서해달라고 새로운 우상에 빌고있는 자들. 그렇기에 니체는 이런 자들은 심지어 존재하지 말았어야 하는, 죽음을 퍼뜨리고 심지어 우상화하는 자들이라고, 국가란 바로 이런 존재할 가치가 없는 자들을 위해서 고안되고 존재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 아닐까. 또한 어쩌면 국가라는 새로운 우상은 종족 동굴 시장 극장이라는 4대 우상을 포함하며 더 강력해진 통합 우상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09년에 이충호가 중국 고전소설 수호지의 양산박 108영웅이라는 설화를 빌려서 이 만화를 연재했을 때, 08년 촛불이라는 기억이 이제 1년밖에 안되었던 때라서 많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1부로 연재종료되었고 10년이 지나도록 연재는 재개되지 않았다. 이제 2019년 지금은 1617촛불로 인해 문재인 정부가 운영중이다. 한국에서 정치와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또는 정치나 철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가지 질문을 피해갈 수 없다. 1617 촛불은 혁명이었는가? 아닌가? 또는 여전히 혁명은 진행중인 것인가??



또 다른 글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야 하겠지만, 이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우리는 한가지 질문을 더 해보아야 한다. 촛불은 베이컨의 4대 우상에서 벗어났는가? 촛불과 문재인 대통령이 바로 새로운 우상은 아니었는가? 우리는 우상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손과 다리로 무지개와 위버멘쉬에 이르는 대지를 새로 만들고 있는가?떻게 그것은 가능한가?






계속 ... 천 개와 하나의 봉우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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