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시를 마시는 도서관의 발 없는 새 10. 비바 박찬일
물 속으로 한 발을 들이미는 건 분명
땅과는 다른 이세계로 들어가는 토끼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이 빠져든다
박찬일 시인은 이세계 물 속에서 샤프너 감독을
혹성 탈출이나 빠삐용 등 꽤나 인상적인 20세기 고전 영화를 만드신 샤프너 감독님과 조우하면
원숭이들이 인류를 지배하고 자유의 여신상은 바닷속에 침몰 중인 혹성탈출의 39세기 미국처럼
거침없이 다른 세계에서 기존 세계를 무너뜨리기
금기도 신성도 없는 세계에서 우린 더 자유로운가
홀로 기차를 넘어뜨리는 초인일지라도
그저 폭력을 맘껏 휘둘러도 자유보단 공허해질 뿐
물고기와 소고기가 함께 만나는 날을 기다리지만
쿠우쿠우같은 흔한 뷔페에서 우린 기적을 맛본다
흔해빠진 기적을 골라먹는 천국을 만들었지만
어쩌면 그래서 우린 천재지변을 고대한다
대홍수와 불벼락이
지구 전체를 쓸어버리고도 남을 듯한 스펙터클
미사일이 아라비아의 하늘을 수놓는 가운데
신랑 신부들은 결혼식 축포라며 춤을 추고
이 추악하고도 화려한 세계는 유튜브 라이브 중
모든 문명에는 야만의 흔적이 깃든다.
열 편의 글을 주신 박찬일 시인께 감사드리며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