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일기 170811 자작시 - 겨드랑이 이별

시. 2년전 여름


겨드랑이 이별

/ 반백수 이상하

1.
또 밤을 새고 몽롱한 걸음으로 소주맥주 방울방울 위를 거닐다가
열대야란 놈 고놈 참 못생긴 상판 찌푸리며 덤벼드는데
벨 수가 없는 안개를 대적하다가 지친 내 몸뚱이는 차거운 땀방울이 반가웁네

와 이리 반가웁노 베게를 껴안고 스슬 떠올려본다
벽돌 나르다 흘린 노란 땀방울? 아니오
밤샘 레포트 쓰던 빨간 땀방울? 아니로소이다
참으로 에어컨을 틀고서 난방이불을 둘둘 매듯 이불 팡팡 몸부림, 다 헛지랄

2.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건 상식이잖아
그치만 아무도 자기 겨드랑이를 직접 간질이는 사람은 없잖아
왜 셀프 간지럼이 어렵도록 인류는 진화했을까 난 고민해본 적이 없을까

사람의 신경이 가장 예민하고 한껏 몰려있는 부분은... 겨드랑이래
누구나 살 살 간지르면 의지니 이성이니 상관없이... 무방비가 된데
자기 손으로는 느낌이 안올거야... 내 손으로 조심 조심스레 천천히 매만지면... 자기도...

3.
나는 님을 잊었으나 겨드랑이는 잊지 못하였습니다
어제도 베게만 더 차게 물들이며 잠드니
달도 차게 기웁니다






/







우리는 종종 머리로 잊으려고 하지만


고약하게도 내 몸은 아무것도 잊어버리질 않는다.


이별은 언제가 정확한 이별의 순간일까.


그냥 순순히 내 손끝이 인정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별도 겨드랑이도 내가 가질 수 없다는 것


그 단순한 진실이 열대야와 함께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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