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의 밥값 같이내기
1인분 뷔페 / 20250712 이상하
부장님
아무래도 제가 내일은 뷔페를 좀 다녀오겠습니다
제 적들이 아무리 많이 쌓여있다 해도
들어갈 땐 사흘 굶은 거지처럼 쳐들어가서
나올 때는 개선장군처럼 똥배를 내놓고 오겠습니다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그저 일인분
저나 어린아이나 똑같이 일인분을 먹을 뿐이니까요
컵라면을 먹든 뷔페를 가든 결국 일인분이죠
태어날 때부터 자기 수저는 가지고 태어난다던데
제 주적들을 해치울 수저는 저도 있겠지요
밥값도 못하는 인간이라고 스스로를 괴롭히기보단
지금이라도 일인분을 양껏 해치우고 나면
비로소 저도 다시 인간처럼 꿀꿀 꿈을 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