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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많이 사는 게 중요한 이유?

스샷의 철학 철학의 스샷 8 아즈마의 느슨철학 h

by 스포쟁이 뚱냥조커


얼마 전 서울국제 도서전이 온라인 예약으로 일찌감치 마감이라는 뉴스를 띄우며 성황리에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어떤 이는 책보다는 작가의 굿즈가 더 팔리고, 현장의 마치 작가 팬미팅같은 분위기를 비판하며 우려스럽게 보기도 한다.


도서전에서 작가라는 캐릭터보다는 주인공인 책 자체에 집중하자는 이런 말은 일견 타당해 보이는 비판처럼 들리는데, 과연 이런 비판에 대해 우리의 친구이자 철학자 아즈마 아재는 어떻게 생각할까?



아즈마 아재도 와세다 대학 교수이던 당시 와세다 문학 심포지움을 사흘 내내 관리했고, 심지어 10시간 동안 연속 문학 토론을 하는 마라톤같은 행사를 진행했었다. 이에 대해 이벤트로서 관중이 많이 와서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 바가 있다.


그런데 과연 비평을 업으로 삼고 글로 벌어먹는 교수라는 사람이 이렇게 스스로 평가하는 건 너무 상업주의적이거나 시니시즘, 냉소주의적으로 현재 출판계를 보고있는 건 아닌가 라고 독자의 비판이 제기될 만도 하다. 허나 아즈마는 이런 비판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오히려 지금 문예지 쪽에 부족한 것은 이런 '무의미'한 축제가 아닐까 라고 독자에게 되묻는다



단적으로 sf장르 쪽에는 sf대회라는 이름으로 일년에 한 번 수천 명이 컨벤션 센터나 온천 여관에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가 존재한다. 그러면 이 큰 대회에는 뭔가 특별하고 굉장한 깊이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이렇게 대인원이 모일까?


아즈마 아재가 볼 때는 딱히 그렇지는 않다. 중요한 건 그런 컨텐츠 내용물이 아니라 오히려 수천명이 모인다는 대회의 형식 그 자체다. 그 많은 사람이 일 년에 한 번 자리에 모여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sf를 좋아하는구나 라는 마음을 공유하는 환상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라캉이나 지젝같은 현대철학에서 자주 말하듯 이러한 환상에 가까운 이미지는 그걸 공유한다는 자체로 더 이상 그저 혼자의 공상이나 망상이 아닌 공동체의 공유환상으로 새로운 위상, 존재를 획득한다. 이는 마치 네이션, 민족이라는 공동체에 대해 사람들이 하나의 실체인 양 상상하고 공유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는 뭔가를 주장하며 정치의 수천명이 모이는 집회나 만화 애호가들이 다같이 같은 작품을 즐기러 모이는 서울코믹이든 이 환상의 구조는 마찬가지다.


이는 저번 글의 천재 작가보다도 독자, 관객이 중요하다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언젠가 엄청난 재능의 작가가 나와서 천재적인 글을 쓰는 일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러한 환상을 같이 공유하고 읽어주고 평가해 줄 수천명의 독자가 없다면, 그런 독자가 있을거라는 일종의 환상이 없다면 어떠한 천재든 자기 글을 세계로 꺼내는 용단을 하기란 쉽지 않다.



흔히 Sf같은 마이너한 취미인 문학 독서 중에서도 마이너한 장르소설은 애초에 좋아하는 숫자가 적다 보니, 대부분 평상시에 무슨 운동이나 요리가 자기 취미라고 편하게 말하듯이 자기의 취향을 굳이 다 드러내진 않는다. 즉 조용히 홀로 자기 취향과 욕망을 파고드는 오타쿠나 히키코모리로서의 성향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다. 당연하지만 sf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취향이란 그러하다.


하지만 그런 히키코모리라 할지라도 우리는 삶에서 역사에서 도저히 혼자서는 어찌할 바 없는 막다른 골목에 반드시 다다른다. 위의 sf소설 대사처럼 갤럭시를 거부하고 고립상태로 도피했었지만, 어떠한 별에 홀로 고립되어 도피하든 간에 인간이 영생할 수 없듯이 수명이 영원한 별은 없으니까.


그런 히키코모리나 오타쿠에게 중요한 것은 어설픈 반란 같은 것이 아니라, 바깥 세계로 눈을 돌리고 우리 자신이 바로 동경하던 우주인이 되는 용기 또는 열망일 것이다. 물론 새삼스럽게 말하자면 이는 일본 이야기나 sf 소설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니 오늘도 딱 삼분만 정도만


컵라면이나 카레가 익을 동안 찾아볼까


자기처럼 환상을 꿈꿀 동지, 친구를 찾으러.


고양이를 쓰다듬는 무의미의 축제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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